썸네일: Antony Gormley, Broken Column, 2003, cast iron,
23 elements, each 197 × 48 × 26 cm. Installation view. Tifluktsrom, Stavanger, Norway.
ARTLETTER | artist
Editor. Park Jung-min
VOL.88 공간을 이용해 다른 차원의 경험을 선사하는 아티스트
오늘의 레터, 장소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웅장함과 숭고함을 전해주는 공공미술 그 중에도 공간을 이용해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감각하게 하는 현대 예술가 3명을 소개합니다.
1960년대부터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내재화한 화이트큐브(예술과 일상을 경계 짓고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공간)를 벗어나 장소가 작품의 핵심적인 의미를 지니는 장소 특정적 미술이 시작됐습니다. 외부를 철저히 차단하는 미술관 벽이 부재한 공간에서 관객은 ‘지금, 여기’의 시공간을 다중적으로 체험합니다. 장소 특정적 미술은 정치, 사회, 경제적 의미를 지닌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예술가의 개입을 통해 장소에 대한 관객의 개념적, 지각적 경험을 재구성하게 됩니다.
여기서 잠깐!! 👀
아트레터 구독자님들! '초현실주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20세기의 예술가들은 제1차 세계대전 후의 전통·질서에 대한 파괴 운동이었던 다다이즘의 비합리를 예찬하던 시절의 예술들에서 영감을 찾기 시작했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의 영향을 받아,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의 표현을 지향하기 시작했어요. 억압된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하려고 하는 혁명적 야심은 점차 인간의 미적 · 윤리적 개념의 자유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합니다. 정치면에서까지 행동을 선전한 그들은 과연 '자유'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요?
쉽고 빠르게 '초현실주의' 배워봅시다! 너무 많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채웠어요.
먼저 보고 들어가는 키워드 ✔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예술
올라퍼 엘리아슨은 인공적인 방식으로 자연현상을 재현하고 관람객이 장소를 공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합니다. 단순 관람을 넘어서서 관객이 작품에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생경하고 강렬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종교적 체험을 선사하는 예술
제임스 터렐은 건축물의 구멍을 통해 자연의 빛과 인공빛이 만나 빚어내는 경이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내면의 빛’을 찾아가도록 유도합니다.
인체와 공간에 대해 고찰하는 예술
안토니 곰리는 예측할 수 없는 공간에 인간형상의 주철을 설치하는 작업을 펼쳐왔습니다. 작가 본인을 본뜬 형상을 도시 혹은 자연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인간과 공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 실존에 대해 고찰하게 합니다.
가장 과학적인 방식으로 자연을 재현하는 예술가, 올라퍼 엘리아슨 Ólafur Elíasson(1967~)
Olafur Eliasson, Photo: Brigitte Lacombe, 2016. © Olafur Eliasson
올라퍼 엘리아슨은 빛, 물, 대기 등 비물질을 소재로 대규모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아이슬란드-덴마크 예술가입니다. 그는 여러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일반 시민들이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작업을 선보여왔어요. 그의 작업 중 미술관 내부에 거대 인공 태양을 띄운<날씨 프로젝트 The Weather Project>는 현대미술의 이정표로 평가받을 정도로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며 그의 명성을 공고히 해주었습니다.
Olafur Eliasson, The weather project, 2003, Tate Modern, London, Photo: Tate Photography (Andrew Dunkley & Marcus Leith)
Olafur Eliasson, Our glacial perspectives, 2020, South Tyrol – 2020 Photo: Studio Olafur Eliasson
올라퍼 엘리아슨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경이를 선사하는 작업을 선보여왔어요.
<빙하의 관점 our glacial perspectives>는 이탈리아 사우스 티롤 그라완드 산에 위치한 공공 예술 작품으로 빙하에 영향을 주는 기후 변화에 대한 색다른 관점을 유도하는 작품입니다.
‘말하는 물 재단 Talking Water Foundation’의 의뢰로 제작된 작품은, 빙하로 깎인 산을 따라 410m 길이의 길이 위에 빙하기 기간에 해당하는 간격으로 놓여있는 9개의 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치 미래의 연구소를 연상시키는 유리 파빌리온이 설치돼 있어요. 이 파빌리온은 철과 유리로 된 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관객은 파빌리온의 원형 데크 위에 올라서서 고리를 천문 도구로 활용해 날씨에 따른 태양의 *겉보기 경로(지구의 자전과 공전 때문에 생기는 천체의 운동)를 추적할 수 있다고 합니다.
Olafur Eliasson, Our glacial perspectives, 2020, South Tyrol – 2020 Photo: Studio Olafur Eliasson
가장 위쪽의 고리는 하지에 태양의 경로를, 중간은 춘분을 가장 아래쪽의 고리는 동지를 추적합니다. 유리창은 하늘의 푸른 정도를 측정하는 19세기의 청색계에 영감을 받아 다양한 파란 색조로 칠해져 있습니다.
이처럼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업은 과학적 정밀함과 깊이 있는 연구를 토대로 만들어졌어요. 예술작품이자 광학 장치라고 봐도 무방하죠. 방문객은 빙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후 변화를 색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고, 작품 안에서 행성, 빙하, 환경의 시각적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올라퍼 엘리아슨 작업의 중요한 특징은 관객이 참여해야 작품이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자연을 인간 삶의 일부로 여기는 곳에서 자랐습니다. 어느 날 부모님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말씀하셨죠. 네가 지구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구나…. 그때 깨달았어요. 그림 그리는 이 작은 행위가 나의 주변에,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요.
-올라퍼 엘리아슨
빛이 만난 명상의 공간, 제임스 터렐 James Turrell(1943~)
James Turrell Photo by Christopher Pillitz
제임스 터렐은 빛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미국의 설치 예술가입니다. ‘빛의 대가’, ’빛의 마법사’로 불리는 작가는 건축물의 개구부를 통한 자연광과 인공광의 혼합으로 내부 공간을 변화시켜 몰입감을 주는 설치 작품을 선보여왔습니다.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국가 예술 훈장을 받았으며 영국왕립건축가협회 회원이기도 합니다.
James Turrell's Roden Crater (ongoing). © 2017 Skystone Foundation. © James Turrell.
제임스 터렐은 1970년대부터 ‘스카이스페이스 SkySpace’ 시리즈를 제작했어요. 그의 의도는 천장의 개구부를 통해 시간, 계절, 날씨와 시간에 따른 변화를 제공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James Turrell's Roden Crater (ongoing). © 2017 Skystone Foundation. © James Turrell.
터렐은 미국 애리조나 북부, 페인티드 사막의 로덴 분화구 부지 4.8km를 인수해 '로덴 분화구 예술 프로젝트' 실행하고 있습니다. 분화구 내부의 원뿔을 이용해 하늘, 태양, 천체를 경험하도록 하는 육안 관측소인데요. 애리조나 주립대와 파트너십을 맺어 학생과 교수들이 방문하며 예술과 과학간의 학제 간 협력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개발을 진행중입니다. 2011년 기부자들에 한해 투어를 진행해 부분 공개되었습니다.
뮤지션 칸예 웨스트가 건설을 위해 천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2019년 그의 영화 <Jesus is King>의 장소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작가에게 빛은 종교적 의미를 지닙니다. 터렐은 기독교 종파인 퀘이커교도 신도에요. 퀘이커교도들은 모든 사람이 각자의 ‘내면의 목소리’와 양심에 따라 행동할 것을 권고하며 ‘내면의 빛’이 있다고 보고 이를 통해 선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터렐은 자연광이 비치는 초현실적인 공간에서 명상하며 각자의 내면의 빛을 찾아가기를 바랬습니다.
내 작품에는 대상도 없고, 이미지도 없고 초점도 없다. 단지 ‘당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가’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말이 필요 없는 당신의 생각과 감각의 경험이다.’
-제임스 터렐
국내에서는 원주시의 뮤지엄산에서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상설 전시합니다. 인공과 빛이 빚어내는 숭고미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 같습니다.
실존을 고찰하는 동상, 안토니 곰리 Antony Gormley (1950~)
Antony Gormley, Photo by Finnbarr Webster
안토니 곰리는 인간을 표현하는 조각품으로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고찰하는 작품을 만드는 영국의 조각가입니다. 그는 미술계에서 최초로 자신의 몸을 직접 캐스팅해서 납 인물상을 만들었어요.
신비와 영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정신성과 내적 체험을 미술의 주요 요소로 생각하며 조각과 설치를 통해 영혼을 흔드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1994년엔 한 해의 가장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를 보여준 미술가에게 수여하는 터너상을 받았어요.
Antony Gormley, Angel of The North, 1998, steel, 22 × 54 × 2.20 m. Permanent installation. Gateshead, England.
곰리는 공공장소나 도시 경관에 인물 혹은 군상을 설치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북방의 천사 Angel of The North>는 탄광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잉글랜드 게이츠헤드의 폐광촌 부지에 설치한 작업입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랜드마크가 된 200톤의 천사는 매년 3,000만여 명의 관람객을 불러들입니다.
그의 작업 중 규모가 가장 큰 작품 중 하나로 높이 20m 폭은 50m이며 날개 길이는 보잉 757항공기보다 크다고 해요. 천사의 몸은 작가 본인의 신체를 본떠 만들었으며 남자도 여자도 아닌 중립적인 모습을 띱니다. 제작 초기에는 현지인들의 반대와 제작의 어려움에 부딪혔지만, 현재는 많은 사랑을 받으며 명실상부 영국의 상징적인 공공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Antony Gormley, Another Place, Crosby Beach, Merseyside, England, 2005–06. Another Place, 1997, cast iron, 189 × 53 × 29 cm (100 elements). Photograph by Stephen White, London.
<어나더 플레이스 Another Place> 작가의 몸을 본떠 만든 100개의 주철이 크로스비 해변의 3km를 차지하며 넓은 바다를 마주 보는 군상 조각입니다. 썰물과 밀물에 따라 동상들은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바닷속에 잠기기도 합니다. 동상은 바닷물에 부식되고 따개비와 같은 해양 동물들의 서식지가 되기도 합니다.
‘이주’라는 주제를 다루며 작가는 “어떤 풍경도 순수하지 않으며 통제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모든 풍경에는 숨겨진 자연적 용도와 정치와 관련된 사회적 차원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Antony Gormley, Broken Column, 2003, cast iron, 23 elements, each 197 × 48 × 26 cm. Installation view. Tifluktsrom, Stavanger, Norway.
이외에도 안토니 곰리는 사람 형상의 동상을 도시, 자연 속에 배치해 생경한 느낌을 주며 인간 실존에 대해 고찰을 하게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안토니 곰리를 국내에서 볼 수 있다는 소식이 있어요! 국내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예술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안토니 곰리를 초청해 초대형 작품을 설치한다고 합니다. 내년이나 내후년에 완성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아름다운 비금도의 갯벌, 바다와 어우러질 곰리의 작품이 기대되네요.
썸네일: Antony Gormley, Broken Column, 2003, cast iron,
23 elements, each 197 × 48 × 26 cm. Installation view. Tifluktsrom, Stavanger, Norway.
ARTLETTER | artist
Editor. Park Jung-min
VOL.88 공간을 이용해 다른 차원의 경험을 선사하는 아티스트
오늘의 레터, 장소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웅장함과 숭고함을 전해주는 공공미술 그 중에도 공간을 이용해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감각하게 하는 현대 예술가 3명을 소개합니다.
1960년대부터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내재화한 화이트큐브(예술과 일상을 경계 짓고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공간)를 벗어나 장소가 작품의 핵심적인 의미를 지니는 장소 특정적 미술이 시작됐습니다. 외부를 철저히 차단하는 미술관 벽이 부재한 공간에서 관객은 ‘지금, 여기’의 시공간을 다중적으로 체험합니다. 장소 특정적 미술은 정치, 사회, 경제적 의미를 지닌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예술가의 개입을 통해 장소에 대한 관객의 개념적, 지각적 경험을 재구성하게 됩니다.
여기서 잠깐!! 👀
아트레터 구독자님들! '초현실주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20세기의 예술가들은 제1차 세계대전 후의 전통·질서에 대한 파괴 운동이었던 다다이즘의 비합리를 예찬하던 시절의 예술들에서 영감을 찾기 시작했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의 영향을 받아,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의 표현을 지향하기 시작했어요. 억압된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하려고 하는 혁명적 야심은 점차 인간의 미적 · 윤리적 개념의 자유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합니다. 정치면에서까지 행동을 선전한 그들은 과연 '자유'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요?
쉽고 빠르게 '초현실주의' 배워봅시다! 너무 많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채웠어요.
먼저 보고 들어가는 키워드 ✔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예술
올라퍼 엘리아슨은 인공적인 방식으로 자연현상을 재현하고 관람객이 장소를 공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합니다. 단순 관람을 넘어서서 관객이 작품에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생경하고 강렬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종교적 체험을 선사하는 예술
제임스 터렐은 건축물의 구멍을 통해 자연의 빛과 인공빛이 만나 빚어내는 경이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내면의 빛’을 찾아가도록 유도합니다.
인체와 공간에 대해 고찰하는 예술
안토니 곰리는 예측할 수 없는 공간에 인간형상의 주철을 설치하는 작업을 펼쳐왔습니다. 작가 본인을 본뜬 형상을 도시 혹은 자연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인간과 공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 실존에 대해 고찰하게 합니다.
가장 과학적인 방식으로 자연을 재현하는 예술가, 올라퍼 엘리아슨 Ólafur Elíasson(1967~)
Olafur Eliasson, Photo: Brigitte Lacombe, 2016. © Olafur Eliasson
올라퍼 엘리아슨은 빛, 물, 대기 등 비물질을 소재로 대규모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아이슬란드-덴마크 예술가입니다. 그는 여러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일반 시민들이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작업을 선보여왔어요. 그의 작업 중 미술관 내부에 거대 인공 태양을 띄운<날씨 프로젝트 The Weather Project>는 현대미술의 이정표로 평가받을 정도로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며 그의 명성을 공고히 해주었습니다.
Olafur Eliasson, The weather project, 2003, Tate Modern, London, Photo: Tate Photography (Andrew Dunkley & Marcus Leith)
Olafur Eliasson, Our glacial perspectives, 2020, South Tyrol – 2020 Photo: Studio Olafur Eliasson
올라퍼 엘리아슨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경이를 선사하는 작업을 선보여왔어요.
<빙하의 관점 our glacial perspectives>는 이탈리아 사우스 티롤 그라완드 산에 위치한 공공 예술 작품으로 빙하에 영향을 주는 기후 변화에 대한 색다른 관점을 유도하는 작품입니다.
‘말하는 물 재단 Talking Water Foundation’의 의뢰로 제작된 작품은, 빙하로 깎인 산을 따라 410m 길이의 길이 위에 빙하기 기간에 해당하는 간격으로 놓여있는 9개의 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치 미래의 연구소를 연상시키는 유리 파빌리온이 설치돼 있어요. 이 파빌리온은 철과 유리로 된 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관객은 파빌리온의 원형 데크 위에 올라서서 고리를 천문 도구로 활용해 날씨에 따른 태양의 *겉보기 경로(지구의 자전과 공전 때문에 생기는 천체의 운동)를 추적할 수 있다고 합니다.
Olafur Eliasson, Our glacial perspectives, 2020, South Tyrol – 2020 Photo: Studio Olafur Eliasson
가장 위쪽의 고리는 하지에 태양의 경로를, 중간은 춘분을 가장 아래쪽의 고리는 동지를 추적합니다. 유리창은 하늘의 푸른 정도를 측정하는 19세기의 청색계에 영감을 받아 다양한 파란 색조로 칠해져 있습니다.
이처럼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업은 과학적 정밀함과 깊이 있는 연구를 토대로 만들어졌어요. 예술작품이자 광학 장치라고 봐도 무방하죠. 방문객은 빙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후 변화를 색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고, 작품 안에서 행성, 빙하, 환경의 시각적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올라퍼 엘리아슨 작업의 중요한 특징은 관객이 참여해야 작품이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빛이 만난 명상의 공간, 제임스 터렐 James Turrell(1943~)
James Turrell Photo by Christopher Pillitz
제임스 터렐은 빛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미국의 설치 예술가입니다. ‘빛의 대가’, ’빛의 마법사’로 불리는 작가는 건축물의 개구부를 통한 자연광과 인공광의 혼합으로 내부 공간을 변화시켜 몰입감을 주는 설치 작품을 선보여왔습니다.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국가 예술 훈장을 받았으며 영국왕립건축가협회 회원이기도 합니다.
James Turrell's Roden Crater (ongoing). © 2017 Skystone Foundation. © James Turrell.
제임스 터렐은 1970년대부터 ‘스카이스페이스 SkySpace’ 시리즈를 제작했어요. 그의 의도는 천장의 개구부를 통해 시간, 계절, 날씨와 시간에 따른 변화를 제공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James Turrell's Roden Crater (ongoing). © 2017 Skystone Foundation. © James Turrell.
터렐은 미국 애리조나 북부, 페인티드 사막의 로덴 분화구 부지 4.8km를 인수해 '로덴 분화구 예술 프로젝트' 실행하고 있습니다. 분화구 내부의 원뿔을 이용해 하늘, 태양, 천체를 경험하도록 하는 육안 관측소인데요. 애리조나 주립대와 파트너십을 맺어 학생과 교수들이 방문하며 예술과 과학간의 학제 간 협력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개발을 진행중입니다. 2011년 기부자들에 한해 투어를 진행해 부분 공개되었습니다.
뮤지션 칸예 웨스트가 건설을 위해 천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2019년 그의 영화 <Jesus is King>의 장소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작가에게 빛은 종교적 의미를 지닙니다. 터렐은 기독교 종파인 퀘이커교도 신도에요. 퀘이커교도들은 모든 사람이 각자의 ‘내면의 목소리’와 양심에 따라 행동할 것을 권고하며 ‘내면의 빛’이 있다고 보고 이를 통해 선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터렐은 자연광이 비치는 초현실적인 공간에서 명상하며 각자의 내면의 빛을 찾아가기를 바랬습니다.
국내에서는 원주시의 뮤지엄산에서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상설 전시합니다. 인공과 빛이 빚어내는 숭고미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 같습니다.
실존을 고찰하는 동상, 안토니 곰리 Antony Gormley (1950~)
Antony Gormley, Photo by Finnbarr Webster
안토니 곰리는 인간을 표현하는 조각품으로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고찰하는 작품을 만드는 영국의 조각가입니다. 그는 미술계에서 최초로 자신의 몸을 직접 캐스팅해서 납 인물상을 만들었어요.
신비와 영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정신성과 내적 체험을 미술의 주요 요소로 생각하며 조각과 설치를 통해 영혼을 흔드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1994년엔 한 해의 가장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를 보여준 미술가에게 수여하는 터너상을 받았어요.
Antony Gormley, Angel of The North, 1998, steel, 22 × 54 × 2.20 m. Permanent installation. Gateshead, England.
곰리는 공공장소나 도시 경관에 인물 혹은 군상을 설치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북방의 천사 Angel of The North>는 탄광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잉글랜드 게이츠헤드의 폐광촌 부지에 설치한 작업입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랜드마크가 된 200톤의 천사는 매년 3,000만여 명의 관람객을 불러들입니다.
그의 작업 중 규모가 가장 큰 작품 중 하나로 높이 20m 폭은 50m이며 날개 길이는 보잉 757항공기보다 크다고 해요. 천사의 몸은 작가 본인의 신체를 본떠 만들었으며 남자도 여자도 아닌 중립적인 모습을 띱니다. 제작 초기에는 현지인들의 반대와 제작의 어려움에 부딪혔지만, 현재는 많은 사랑을 받으며 명실상부 영국의 상징적인 공공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Antony Gormley, Another Place, Crosby Beach, Merseyside, England, 2005–06. Another Place, 1997, cast iron, 189 × 53 × 29 cm (100 elements). Photograph by Stephen White, London.
<어나더 플레이스 Another Place> 작가의 몸을 본떠 만든 100개의 주철이 크로스비 해변의 3km를 차지하며 넓은 바다를 마주 보는 군상 조각입니다. 썰물과 밀물에 따라 동상들은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바닷속에 잠기기도 합니다. 동상은 바닷물에 부식되고 따개비와 같은 해양 동물들의 서식지가 되기도 합니다.
‘이주’라는 주제를 다루며 작가는 “어떤 풍경도 순수하지 않으며 통제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모든 풍경에는 숨겨진 자연적 용도와 정치와 관련된 사회적 차원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Antony Gormley, Broken Column, 2003, cast iron, 23 elements, each 197 × 48 × 26 cm. Installation view. Tifluktsrom, Stavanger, Norway.
이외에도 안토니 곰리는 사람 형상의 동상을 도시, 자연 속에 배치해 생경한 느낌을 주며 인간 실존에 대해 고찰을 하게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안토니 곰리를 국내에서 볼 수 있다는 소식이 있어요! 국내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예술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안토니 곰리를 초청해 초대형 작품을 설치한다고 합니다. 내년이나 내후년에 완성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아름다운 비금도의 갯벌, 바다와 어우러질 곰리의 작품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