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네일: ‘작은 세계’시리즈 중‘피사의 사탑’(1990). Martin Parr, 출처: Magnum Photos
VOL.80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마틴 파'의 카메라
: 오늘의 아트레터,
현대인들의 생활과 소비문화를 적나라하게 담아내는
영국의 사진작가, 마틴 파를 소개합니다.
마틴 파, The Last Resort, 사진 : cashmerejournal.com
언뜻 보면 '사진'은 굉장히 객관적인 매체로 보입니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담아내니까요. 👀 동시에, 사진은 굉장히 주관적이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여러 대상 중 하필 그 대상을, 여러 방식 중 하필 그 방식으로 촬영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니까요.
오늘 소개할 영국의 사진 작가 마틴 파의 작업에는 사진의 그러한 두 가지 측면이 잘 돋보입니다. 그는 남다른 주관적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며, 자신이 풍자하고 싶었던 일상 속의 모습을 카메라로 적나라하게 포착해냅니다. 📸 그렇게 만들어진 마틴 파의 사진들은 현실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모습을 보이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마틴 파의 예술세계를 살펴보러 가볼까요? 🤩
먼저 보고 들어가는 키워드 ✔
1. 다큐멘터리 사진 📸
마틴 파는 현대 사회의 일상을 포착하고, 현대인의 생활 모습을 솔직하게 다뤄내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었어요. 특히, 마틴 파는 남다른 사회학적·문화적 시각으로 일상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의 현실을 위트 있게 풍자하는 주관적 메시지를 담기도 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다큐멘터리 사진을 시도했어요.
2. '진짜' 현실 🧐
마틴 파는 연출된 현실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이러한 인식은 광고나 잡지에 올라오는 연출된 음식 사진 대신에 우리가 실제로 먹는 음식을 보여주려 했던 '진짜 음식(Real Food)' 작업, 그리고 관광지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작은 세상(Small World)' 등의 작업으로 이어졌어요.
3. 풍자 💭
마틴 파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현대의 소비문화를 풍자하고자 했어요. 특히, '작은 세상(Small World)' 작업에서는 관광산업이 확대될수록 각 문화의 고유성이 사라지고 세계 곳곳의 장소가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음을 풍자하는 마틴 파의 인식이 잘 나타나요.
마틴 파의 '시선' 👓
마틴 파, 사진: Newly Swissed
마틴 파는 1952년 영국 북부의 소도시 서레이(Surrey)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마추어 포토그래퍼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사진과 친했던 마틴 파는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영국 사회의 일상적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했죠. ✍
사진: Martin Parr / Magnum Photos
그렇게 키워낸 날카로운 시선으로, 마틴 파는 현대인들의 생활과 소비 문화를 아주 강렬한 컬러로 담아냅니다. 그가 주로 촬영하는 것은 아름답게 연출된 세계가 아니라, 실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의 적나라한 모습들입니다. 가령,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으로 가득한 관광지의 모습, 조금 더 싼 값에 물건을 사기 위해 페리호를 타고 프랑스 대형할인점으로 원정 쇼핑을 가는 영국인들의 모습, 출퇴근 시간 지하철 속 사람들의 모습 등이 그런 것이죠.
이처럼 마틴 파는 남다른 사회학적·문화적 시각으로 일상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의 현실을 위트 있게 풍자하는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그의 작업들을 본격적으로 한 번 살펴보러 갈까요? 😄
마틴 파가 바라본 휴양지의 모습 🌊
마틴 파는 1986년, 영국 리버풀에서 가까운 바다에 있는 휴양지 뉴브라이턴에서 3년동안 찍은 사진들로 <마지막 휴양지(The Last Resort)>라는 사진집을 출간합니다. 과연, 뉴브라이턴에서 마틴 파의 시선은 어느 곳을 향했을까요? 👀
마틴 파, The Last Resort, 사진: Martin Parr / Magnum Photos
뉴브라이턴은 1830년대에 만들어진 휴양지인데, 20세기 초부터 점차 쇠락하기 시작하여 시설이 많이 노후화되어있고 지저분합니다. 😦 하지만 리버풀과 거리가 가까워, 주말이면 리버풀의 노동자 계급 가족들이 몰려와 쓰레기와 사람이 가득한 휴양지 이곳저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풍경이 연출되죠.
마틴 파, The Last Resort, 사진: Martin Parr / Magnum Photos
사람이 가득 찬 좁은 해변가, 과자 포장지와 음료수 캔으로 가득 차 넘치는 쓰레기통, 지저분한 간이 매점에 길게 늘어진 줄, 포크레인이 만든 그늘 아래 엎드려 있는 남자,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 마틴 파가 담아낸 이곳의 풍경들은, 사람들이 진정한 의미의 ‘휴양’을 즐기고 있다기보다는, 쓰레기와 인파 사이에서 어떻게든 휴가를 즐겨보려 ‘사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
마틴 파, The Last Resort, 사진: Martin Parr / Magnum Photos
휴양지를 찾은 영국 노동자계급의 여가를 보여준 이 작업은 당시 영국 사회의 현실을 유쾌하면서도 노골적으로 보여주어, 마틴 파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사진작가의 반열에 이르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마틴 파 역시도 이 시리즈를 가장 애착이 가는 시리즈로 꼽기도 했어요. 💖
“<마지막 휴양지>는 휴양지가 본연의 모습에서 벗어나 상품화로 퇴색해버린 정황을 표현해보려는 시도였지요. 돌아보면 제가 ‘뉴브라이튼’에 오래 살았었기 때문에 그의 역사와 거길 찾아와 기어이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때문에 저에게 가장 애착을 주는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진짜 ‘음식’을 보여주다 🍴
여러분들은 배달 음식을 받은 후, 눈앞의 음식의 모습과 광고 속 음식 사진의 모습이 너무나 달라 실망했던 적이 있나요?😳
마틴 파, Real Food, 사진: format.com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 그리고 잡지와 광고 곳곳에서 화려하고 매혹적인 음식의 이미지들을 만납니다. 하지만, 그런 음식 사진들은 실제로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죠. 🍳 그래서 마틴 파는 ‘진짜 음식(Real Food)’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하였습니다.
“음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유는 우리가 잡지에서 음식이 영광스럽고 아름답게 보이는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음식에 둘러싸여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식품 판매를 선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마틴 파, Real Food, 사진: format.com
마틴 파는 90년대 초반부터 2016년까지 찍은 250여 장의 음식 사진을 모아 <Real Food>라는 작품집을 출간합니다. 화려하고 채도 높은 색감, 클로즈업 기법, 그리고 환하게 켜진 플래시 때문에, 그의 음식 사진들은 먹음직스러워 보이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적나라해서 어딘가 조금은 꺼려집니다. 🍰
마틴 파, Real Food, 사진: format.com
연출된 현실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던 마틴 파는, 음식에 대해서도 ‘진실’을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고급 음식 혹은 레스토랑에서의 화려한 식사보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정말로 섭취하는 친숙하면서도 일상적인 ‘진짜 음식’을 보여주려 했던 것입니다. 🥞 '음식'이라는 일상적인 소재에 대한 마틴 파의 작업을 살펴보니, 그가 평소에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더 잘 이해되지 않나요? 😚
관광 명소의 민낯을 담다 📸
마틴 파는 1987년부터 1994년까지, 약 7년간 세계 곳곳의 관광 명소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을 촬영했습니다. 🛫 그리고 자신의 작은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을 모은 작품집에 ‘작은 세상(Small World)’이라는 이름을 붙였죠. 그가 어떤 사진들을 촬영했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작은 세상' 시리즈 중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1991). 사진: Martin Parr
이것은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속에는 다 같이 모여 관광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관람객 무리, 그리고 아테네 신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동양인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이네요.
‘작은 세상’ 시리즈 중 ‘피사의 사탑’(1990). 사진: Magnum Photos
여기는 어딜까요? 바로,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 앞입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수많은 사람이 모두 똑같이, 기울어진 피사의 탑을 옆으로 미는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 마치 이 곳에서는 꼭 이 포즈로 사진을 찍어야 된다고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에요.
사진: Martin Parr / Magnum Photos
이처럼 마틴 파는 70여 점에 이르는 사진들을 담은 작품집 <작은 세상>을 통해 ‘여행지’의 현실을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포즈로 기념 사진을 찍고, 똑같은 관광 상품을 구입하고, 똑같은 코스로 똑같은 장소들을 차례로 방문하는 관광객의 모습들을 담아낸 이 사진집은 관광산업이 확대될수록 각 문화의 고유성이 사라지고 세계 곳곳의 장소가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
사진: Martin Parr / Magnum Photos
마틴 파는 <작은 세상>의 첫 번째 에디션을 1995년에 발간한 이후, 2007년에는 두 번째 에디션을, 2018년에는 세 번째 에디션을 출간했습니다. 특히나 2018년 세 번째 에디션의 표지에는 루브르박물관에서 사람들이 서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촬영하기 위해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진이 담겼는데요. 이렇게 실제 ‘모나리자’ 앞에서 감상보다 촬영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은, 특별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직접 그 순간을 경험하고 즐기기보다는 카메라를 먼저 드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 작품집의 제목인 <작은 세상>처럼, 관광 산업이 발달할수록, 그리고 카메라가 보편화될수록, 우리의 세상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작아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지금까지, 자신만의 독특한 사회에 대한 인식과 적나라하면서도 키치한 촬영 방식을 활용해 작업을 이어오며,
우리가 진정으로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보여준 마틴 파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너무나 솔직하고 현실적이어서 재미있다가도, 또 그런 모습이 실제 우리의 현실이라는 생각에
한편으로 씁쓸해지게 만드는 마틴 파의 작품, 매력적이지 않나요? 요약과 함께 오늘의 아트레터 마칩니다!💌
오늘의 레터 요약!
1. 마틴 파는 현대인들의 생활과 소비 문화를 아주 강렬한 컬러로 담아냅니다. 그가 주로 촬영하는 것은 아름답게 연출된 세계가 아니라, 실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의 적나라한 모습들입니다.
2. 마틴 파는 1986년, 영국 리버풀에서 가까운 바다에 있는 휴양지 뉴브라이턴에서 3년동안 찍은 사진들로 <마지막 휴양지(The Last Resort)>라는 사진집을 출간합니다.
3. 휴양지를 찾은 영국 노동자계급의 여가를 보여준 이 작업은 당시 영국 사회의 현실을 유쾌하면서도 노골적으로 보여주어, 마틴 파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사진작가의 반열에 이르도록 도와주었습니다.
4. 연출된 현실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던 마틴 파는, 음식에 대해서도 ‘진실’을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90년대 초반부터 2016년까지 찍은 250여 장의 음식 사진을 모아 출간한 <Real Food>라는 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5. 또한 마틴 파는 1987년부터 1994년까지, 약 7년간 세계 곳곳의 관광 명소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을 촬영해 ‘작은 세상(Small World)’이라는 이름의 작품집을 출간했습니다.
6. 모두가 똑같은 포즈로 기념 사진을 찍고, 똑같은 관광 상품을 구입하고, 똑같은 코스로 똑같은 장소들을 차례로 방문하는 관광객의 모습들을 담아낸 이 사진집은 관광산업이 확대될수록 각 문화의 고유성이 사라지고 세계 곳곳의 장소가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7. 이처럼 마틴 파는 자신만의 독특한 사회에 대한 인식, 그리고 적나라하면서도 키치한 촬영 방식을 활용해 작업을 이어오며, 우리가 진정으로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썸네일: ‘작은 세계’시리즈 중‘피사의 사탑’(1990). Martin Parr, 출처: Magnum Photos
VOL.80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마틴 파'의 카메라
: 오늘의 아트레터,
현대인들의 생활과 소비문화를 적나라하게 담아내는
영국의 사진작가, 마틴 파를 소개합니다.
마틴 파, The Last Resort, 사진 : cashmerejournal.com
언뜻 보면 '사진'은 굉장히 객관적인 매체로 보입니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담아내니까요. 👀 동시에, 사진은 굉장히 주관적이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여러 대상 중 하필 그 대상을, 여러 방식 중 하필 그 방식으로 촬영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니까요.
오늘 소개할 영국의 사진 작가 마틴 파의 작업에는 사진의 그러한 두 가지 측면이 잘 돋보입니다. 그는 남다른 주관적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며, 자신이 풍자하고 싶었던 일상 속의 모습을 카메라로 적나라하게 포착해냅니다. 📸 그렇게 만들어진 마틴 파의 사진들은 현실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모습을 보이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마틴 파의 예술세계를 살펴보러 가볼까요? 🤩
먼저 보고 들어가는 키워드 ✔
1. 다큐멘터리 사진 📸
마틴 파는 현대 사회의 일상을 포착하고, 현대인의 생활 모습을 솔직하게 다뤄내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었어요. 특히, 마틴 파는 남다른 사회학적·문화적 시각으로 일상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의 현실을 위트 있게 풍자하는 주관적 메시지를 담기도 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다큐멘터리 사진을 시도했어요.
2. '진짜' 현실 🧐
마틴 파는 연출된 현실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이러한 인식은 광고나 잡지에 올라오는 연출된 음식 사진 대신에 우리가 실제로 먹는 음식을 보여주려 했던 '진짜 음식(Real Food)' 작업, 그리고 관광지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작은 세상(Small World)' 등의 작업으로 이어졌어요.
3. 풍자 💭
마틴 파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현대의 소비문화를 풍자하고자 했어요. 특히, '작은 세상(Small World)' 작업에서는 관광산업이 확대될수록 각 문화의 고유성이 사라지고 세계 곳곳의 장소가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음을 풍자하는 마틴 파의 인식이 잘 나타나요.
마틴 파의 '시선' 👓
마틴 파, 사진: Newly Swissed
마틴 파는 1952년 영국 북부의 소도시 서레이(Surrey)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마추어 포토그래퍼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사진과 친했던 마틴 파는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영국 사회의 일상적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했죠. ✍
사진: Martin Parr / Magnum Photos
그렇게 키워낸 날카로운 시선으로, 마틴 파는 현대인들의 생활과 소비 문화를 아주 강렬한 컬러로 담아냅니다. 그가 주로 촬영하는 것은 아름답게 연출된 세계가 아니라, 실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의 적나라한 모습들입니다. 가령,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으로 가득한 관광지의 모습, 조금 더 싼 값에 물건을 사기 위해 페리호를 타고 프랑스 대형할인점으로 원정 쇼핑을 가는 영국인들의 모습, 출퇴근 시간 지하철 속 사람들의 모습 등이 그런 것이죠.
이처럼 마틴 파는 남다른 사회학적·문화적 시각으로 일상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의 현실을 위트 있게 풍자하는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그의 작업들을 본격적으로 한 번 살펴보러 갈까요? 😄
마틴 파가 바라본 휴양지의 모습 🌊
마틴 파는 1986년, 영국 리버풀에서 가까운 바다에 있는 휴양지 뉴브라이턴에서 3년동안 찍은 사진들로 <마지막 휴양지(The Last Resort)>라는 사진집을 출간합니다. 과연, 뉴브라이턴에서 마틴 파의 시선은 어느 곳을 향했을까요? 👀
마틴 파, The Last Resort, 사진: Martin Parr / Magnum Photos
뉴브라이턴은 1830년대에 만들어진 휴양지인데, 20세기 초부터 점차 쇠락하기 시작하여 시설이 많이 노후화되어있고 지저분합니다. 😦 하지만 리버풀과 거리가 가까워, 주말이면 리버풀의 노동자 계급 가족들이 몰려와 쓰레기와 사람이 가득한 휴양지 이곳저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풍경이 연출되죠.
마틴 파, The Last Resort, 사진: Martin Parr / Magnum Photos
사람이 가득 찬 좁은 해변가, 과자 포장지와 음료수 캔으로 가득 차 넘치는 쓰레기통, 지저분한 간이 매점에 길게 늘어진 줄, 포크레인이 만든 그늘 아래 엎드려 있는 남자,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 마틴 파가 담아낸 이곳의 풍경들은, 사람들이 진정한 의미의 ‘휴양’을 즐기고 있다기보다는, 쓰레기와 인파 사이에서 어떻게든 휴가를 즐겨보려 ‘사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
마틴 파, The Last Resort, 사진: Martin Parr / Magnum Photos
휴양지를 찾은 영국 노동자계급의 여가를 보여준 이 작업은 당시 영국 사회의 현실을 유쾌하면서도 노골적으로 보여주어, 마틴 파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사진작가의 반열에 이르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마틴 파 역시도 이 시리즈를 가장 애착이 가는 시리즈로 꼽기도 했어요. 💖
진짜 ‘음식’을 보여주다 🍴
여러분들은 배달 음식을 받은 후, 눈앞의 음식의 모습과 광고 속 음식 사진의 모습이 너무나 달라 실망했던 적이 있나요?😳
마틴 파, Real Food, 사진: format.com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 그리고 잡지와 광고 곳곳에서 화려하고 매혹적인 음식의 이미지들을 만납니다. 하지만, 그런 음식 사진들은 실제로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죠. 🍳 그래서 마틴 파는 ‘진짜 음식(Real Food)’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하였습니다.
마틴 파, Real Food, 사진: format.com
마틴 파는 90년대 초반부터 2016년까지 찍은 250여 장의 음식 사진을 모아 <Real Food>라는 작품집을 출간합니다. 화려하고 채도 높은 색감, 클로즈업 기법, 그리고 환하게 켜진 플래시 때문에, 그의 음식 사진들은 먹음직스러워 보이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적나라해서 어딘가 조금은 꺼려집니다. 🍰
마틴 파, Real Food, 사진: format.com
연출된 현실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던 마틴 파는, 음식에 대해서도 ‘진실’을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고급 음식 혹은 레스토랑에서의 화려한 식사보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정말로 섭취하는 친숙하면서도 일상적인 ‘진짜 음식’을 보여주려 했던 것입니다. 🥞 '음식'이라는 일상적인 소재에 대한 마틴 파의 작업을 살펴보니, 그가 평소에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더 잘 이해되지 않나요? 😚
관광 명소의 민낯을 담다 📸
마틴 파는 1987년부터 1994년까지, 약 7년간 세계 곳곳의 관광 명소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을 촬영했습니다. 🛫 그리고 자신의 작은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을 모은 작품집에 ‘작은 세상(Small World)’이라는 이름을 붙였죠. 그가 어떤 사진들을 촬영했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작은 세상' 시리즈 중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1991). 사진: Martin Parr
이것은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속에는 다 같이 모여 관광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관람객 무리, 그리고 아테네 신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동양인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이네요.
‘작은 세상’ 시리즈 중 ‘피사의 사탑’(1990). 사진: Magnum Photos
여기는 어딜까요? 바로,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 앞입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수많은 사람이 모두 똑같이, 기울어진 피사의 탑을 옆으로 미는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 마치 이 곳에서는 꼭 이 포즈로 사진을 찍어야 된다고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에요.
사진: Martin Parr / Magnum Photos
이처럼 마틴 파는 70여 점에 이르는 사진들을 담은 작품집 <작은 세상>을 통해 ‘여행지’의 현실을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포즈로 기념 사진을 찍고, 똑같은 관광 상품을 구입하고, 똑같은 코스로 똑같은 장소들을 차례로 방문하는 관광객의 모습들을 담아낸 이 사진집은 관광산업이 확대될수록 각 문화의 고유성이 사라지고 세계 곳곳의 장소가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
사진: Martin Parr / Magnum Photos
마틴 파는 <작은 세상>의 첫 번째 에디션을 1995년에 발간한 이후, 2007년에는 두 번째 에디션을, 2018년에는 세 번째 에디션을 출간했습니다. 특히나 2018년 세 번째 에디션의 표지에는 루브르박물관에서 사람들이 서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촬영하기 위해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진이 담겼는데요. 이렇게 실제 ‘모나리자’ 앞에서 감상보다 촬영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은, 특별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직접 그 순간을 경험하고 즐기기보다는 카메라를 먼저 드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 작품집의 제목인 <작은 세상>처럼, 관광 산업이 발달할수록, 그리고 카메라가 보편화될수록, 우리의 세상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작아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지금까지, 자신만의 독특한 사회에 대한 인식과 적나라하면서도 키치한 촬영 방식을 활용해 작업을 이어오며,
우리가 진정으로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보여준 마틴 파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너무나 솔직하고 현실적이어서 재미있다가도, 또 그런 모습이 실제 우리의 현실이라는 생각에
한편으로 씁쓸해지게 만드는 마틴 파의 작품, 매력적이지 않나요? 요약과 함께 오늘의 아트레터 마칩니다!💌
오늘의 레터 요약!
1. 마틴 파는 현대인들의 생활과 소비 문화를 아주 강렬한 컬러로 담아냅니다. 그가 주로 촬영하는 것은 아름답게 연출된 세계가 아니라, 실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의 적나라한 모습들입니다.
2. 마틴 파는 1986년, 영국 리버풀에서 가까운 바다에 있는 휴양지 뉴브라이턴에서 3년동안 찍은 사진들로 <마지막 휴양지(The Last Resort)>라는 사진집을 출간합니다.
3. 휴양지를 찾은 영국 노동자계급의 여가를 보여준 이 작업은 당시 영국 사회의 현실을 유쾌하면서도 노골적으로 보여주어, 마틴 파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사진작가의 반열에 이르도록 도와주었습니다.
4. 연출된 현실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던 마틴 파는, 음식에 대해서도 ‘진실’을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90년대 초반부터 2016년까지 찍은 250여 장의 음식 사진을 모아 출간한 <Real Food>라는 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5. 또한 마틴 파는 1987년부터 1994년까지, 약 7년간 세계 곳곳의 관광 명소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을 촬영해 ‘작은 세상(Small World)’이라는 이름의 작품집을 출간했습니다.
6. 모두가 똑같은 포즈로 기념 사진을 찍고, 똑같은 관광 상품을 구입하고, 똑같은 코스로 똑같은 장소들을 차례로 방문하는 관광객의 모습들을 담아낸 이 사진집은 관광산업이 확대될수록 각 문화의 고유성이 사라지고 세계 곳곳의 장소가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7. 이처럼 마틴 파는 자신만의 독특한 사회에 대한 인식, 그리고 적나라하면서도 키치한 촬영 방식을 활용해 작업을 이어오며, 우리가 진정으로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