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3 삶과 예술 그리고 시간의 관계, 테칭 시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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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테칭 시에, One Year Performance 1983-1984 (1년 퍼포먼스 1983-1984), New York. 

© 1984 Tehching Hsieh, Linda Montano. Courtesy of the artists and Sean Kelly, New York.




"모든 예술은 삶에서 나온다" - 테칭 시에


VOL.43 삶과 예술 그리고 시간의 관계, 테치 시에 ⏳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물고 흘러가는 시간 자체를 예술로 표현한 현대예술가 테칭 시에(Tehching Hsieh)입니다. ⏳



 

테칭 시에, One Year Performance 1980–1981 (1년 퍼포먼스 1980-1981), Punching the Time Clock 

© Tehching Hsieh 1979; image courtesy the artist and Sean Kelly Gallery, New York



'1년 365일이라는 시간 동안 매일, 1시간마다 시간을 기록하고 한 장의 사진을 남긴다.' 이 규칙이 바로 예술과 삶 그리고 시간의 연관성을 표현한 테칭 시에의 <1년 퍼포먼스 1980-1981>의 조건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의 삶 속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나요?


 


먼저 보고 들어가는 키워드 💬


1. 고립감 👤

“고립은 예술적 사고에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테칭 시에는 '고립'이라는 주제에 관해 확고한 입장을 제시합니다. 미국에서 생활하던 불법 체류자로서, 노동자로서, 이방인 예술가로서 삶을 살아온 그는 주어진 환경에 의해 개인이 겪게 되는 분리감과 고립감을 작품으로 만들어냈어요.


2. 삶과 예술 📽️

테칭 시에는 인생을 사는 것과 예술을 하는 것은 모두 똑같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가 작품을 통해 표현한 삶과 예술의 연관성을 살펴봅니다.


3. 시간 🕰️

테칭 시에의 작품 속에서는 항상 '시간'에 관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특정한 규칙을 통해 기록하거나 제한된 시간 속에서 그 시간을 인지하는 방식이 작품 속에 표현되는 것이 그 예시이죠. 


 


고립된 이방인으로서의 삶 👤

 

테칭 시에, Photo © Marco Anelli, Sean Kelly Gallery 홈페이지


테칭 시에는 1950년 대만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작가입니다. 시에는 대만에서 미술 교육을 받고 화가로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해요.



 

테칭 시에, “Paint. Red Repetitions” (물감-빨간 반복), acrylic on paper, 30-sheet sketchbook, 38.1 x 53.3 cm, 1973, 

© Tehching Hsieh


테칭 시에는 대만에서 첫 개인전을 열게 되었지만 시에는 이미 작품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더 관심을 갖게 된 상태였다고 해요. 그의 마지막 그림 중 하나인 <물감-빨간 반복>은 스케치북의 각 페이지에 빨간색 원을 소용돌이치듯이 그려내 4분 만에 완성되었다고 해요. 그는 해당 작품을 마지막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이 작품을 통해 명확해진 '행위'에 대한 생각이 후에 테칭 시에를 행위예술로 이끌었어요.




<나소 거리(Nassau Street), 1975> 사진: 피터 후자 아카이브 LLC, 페이스/맥길 갤러리 (뉴욕), 프렌켈 갤러리 (샌프란시스코)


이후 테칭 시에는 자신의 예술을 이어나가기 위해 당시 현대미술의 중심지라고 생각했던 미국, 뉴욕으로 몰래 입국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술가로서 성공하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뉴욕에 도착한 시에는 불법 이민자로서의 가혹한 삶의 현실을 먼저 느끼게 되었고, 문화 충격과 함께 언어의 장벽을 느끼게 되었다고 해요. 결국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식당에서 설거지와 청소 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삶과 예술은 동시에 일어난다.


앞서 살펴본 테칭 시에의 당시 상황을 생각해 보면 불법체류자로서, 노동자로서, 그리고 낯선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작품 활동 역시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고 해요.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미국에 도착한 뒤 4년간의 일과 집을 오가는 반복적인 생활은 굉장히 불안했고, 퇴근 후에는 항상 예술을 하기 위해 매일 생각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고 말했어요.


"내가 또 무엇을 찾아야 하지? 나는 예술 작품을 찾으러 나갈 필요가 없다. 나는 이미 내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테칭 시에, One Year Performance 1978–1979 (1년 퍼포먼스 1978-1979), 인쇄지, 11 x 17인치, 1978, © Tehching Hsieh 2023


그렇게 예술을 찾아 거리를 걷던 테칭 시에는 이후 자신의 대부분의 작품의 기초가 되는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바로 삶은 예술과 다를 바 없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삶과 예술은 동일한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첫 번째 1년간의 퍼포먼스 작업을 시작합니다.



“나에게 인생을 사는 것과 예술을 하는 것은 모두 똑같습니다.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차이점은 예술에서는 형태가 있다는 것입니다.”



테칭 시에, One Year Performance 1978–1979 (1년 퍼포먼스 1978-1979), 생활 이미지, Cheng Wei Kuong의 사진 © Tehching Hsieh


그렇게 테칭 시에는 <1년 퍼포먼스 1978-1979>에서 뉴욕 다운타운에 위치했던 자신의 작업실 안에 일정 사이즈의 나무 케이지를 설치하고 그 안에 자신을 1년 동안 가두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케이지 조각(Cage Piece)"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작품에서는 그가 싱글 침대, 양동이, 세면대 및 조명을 갖춘 나무 케이지 안에 가둬졌고 그는 머리를 삭발하고 교도소 제복을 입고 1년 동안 감방에서 지내게 됩니다. 테칭 시에에게 음식과 옷을 지원하고 생물학적 폐기물을 제거하는 친구와의 접촉 외에는 글을 쓰지도, 읽지도, 말하지도, 또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지도 않고 오로지 생각만 하는 1년을 보내게 됩니다. 그는 후에 이 작품에 대해 당시에 "나는 이미 4년을 노동을 하며 낭비했으니, 예술을 하는 데 1년의 시간을 더 낭비할 수 있었다. 나는 단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을 바꿨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해요.


 



테칭 시에, 1년 퍼포먼스 1978-1979, 당시 방에 남겨진 매일의 기록 © Tehching Hsieh


또 이 퍼포먼스는 3주마다 관중이 작업실에 방문해 관람할 수 있는 형태였는데 시에는 자신의 과거, 예술, 시간의 흐름, 공간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느라 바빠 관중을 철저히 무시합니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자신의 육체적 감금이 어떻게 마음을 해방시켰는지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요. 앞서 살펴본 뉴욕 생활에서의 심리적 고립감 또한 자신을 자발적으로 고립시키는 작품의 형태와 연결됩니다. 즉, 이 작품은 자발적인 투옥과 구속을 통해 행위와 무행위의 의미를 탐구하고 존재와 자유의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돼요.


 


흘러가는 시간 속에 갇힌 인간의 존재를 표현하다. ⏰





테칭 시에, One Year Performance 1980–1981 (1년 퍼포먼스 1980-1981), Punching the Time Clock 

© Tehching Hsieh 1979; image courtesy the artist and Sean Kelly Gallery, New York


이후 테칭 시에는 <1년간의 퍼포먼스 작품 1980-1>인 일명 "Time Clock Piece"를 시작했습니다. 이 작품 또한 1년 동안의 퍼포먼스로 테칭시에는 1년 동안 매일 한 시간마다 반드시 시간을 기록하고 사진을 한 장 촬영한다는 규칙에 따라 자신을 일정 공간에 위치적으로, 시간적으로 묶어두는 작업입니다. 그의 작업실에 있던 시계를 통해 매시 정각에 사진을 찍고 출퇴근 표에 시간을 기록했어요.



 

테칭 시에, One Year Performance 1980–1981 (1년 퍼포먼스 1980-1981), Punching the Time Clock 

© Tehching Hsieh 1979; image courtesy the artist and Sean Kelly Gallery, New York



1년 동안 한 시간마다 시계를 확인하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니.. 여러분은 이 작업의 과정이 상상되시나요? 이 말인즉슨 테칭 시에는 이 작업을 진행하는 1년 동안 1시간 내에 돌아올 수 없는 곳은 갈 수도 없고, 잠도 1시간 이상 잘 수 없었으며 모든 그의 행위와 생활이 1시간이라는 특정한 시간의 제약을 받았다는 말이거든요. 이 작품은 시간 자체와 직접적으로 대면하게 만드는 상태에 자기 자신을 가두는 작업이었어요. 그는 또한 8,760개의 타임카드를 사용하여 "시간 경과에 대한 물리적 시각자료"를 생성했습니다. 



 

테칭 시에, One Year Performance 1980–1981 (1년 퍼포먼스 1980-1981), Punching the Time Clock 

© Tehching Hsieh ; image courtesy tate modern.


테칭 시에, One Year Performance 1980–1981 (1년 퍼포먼스 1980-1981), Punching the Time Clock 

© Tehching Hsieh ;  image courtesy tate modern.



이 작업 당시 테칭 시에는 자신의 삶의 목적을 쓸데없는 일에 종사하는 *시시포스처럼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도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나의 인생관”이라며 “산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어요. 이 작품을 통해 이전에 진행했던 Cage piece (케이지 피스)에서 확립된 삶과 예술에 대한 그의 세계관은 '시간'이라는 개념과 함께 발전되었음을 이 Time clock piece (타임 클락 피스)를 통해 명확하게 보여줬어요.


*시시포스 신화: 고대 그리스 신화의 인물인 시시포스는 신으로부터 받은 형벌로 큰 돌을 가파른 언덕 위로 굴려 올려야 했다. 언덕 정상에 오르면 돌은 다시 밑으로 굴러내려가 처음부터 다시 돌을 밀어 올리는 일을 시작해야 했다는 이야기이다.



 


공간과 관계로 확장된 테칭 시에의 예술세계

이전의 작업들을 통해 흘러가는 시간의 개념을 집중적으로 실험했던 테칭 시에는 이후 공간과 자율성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어요.


 

테칭 시에, One Year Performance 1981–1982 (1년 퍼포먼스 1981-1982), Outdoor piece 

© Tehching Hsieh  image courtesy the artist and Sean Kelly Gallery, New York


이러한 테칭 시에의 연구는 One Year Performance 1981-1982 (1년 퍼포먼스 1981-1982)로 이어졌습니다. 일명 "Outdoor piece (야외 작품)"라고 불렸던 이 작품에서 테칭 시에는 1년 동안 어떤 피난처도 없이 밖에 머물렀습니다. 말 그대로 스스로를 1년간 노숙의 생활에 두었죠. 건물, 지하철, 기차, 자동차, 비행기, 배, 동굴, 텐트 등 그 어떤 실내의 공간에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는 “예술을 삶보다 강하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느낄 수 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해요. 


 

테칭 시에, One Year Performance 1981–1982 (1년 퍼포먼스 1981-1982), Outdoor piece, 퍼포먼스 뷰, 뉴욕. © Tehching Hsieh 


또한 이 "야외 작품"은 당시 뉴욕에서의 테칭 시에의 이민 신분에 대한 연장선으로 볼 수 있어요. 그는 미국에 도착한 이래로 서류 미비 외국인, 무국적자였습니다. 작품을 제작하는 당시 뉴욕 곳곳에서 추적되는 시에의 흔적은 인간 생활의 필수 요소인 의, 식, 주, 그리고 국적마저 잃어버린 존재가 생존을 위해 겪게 되는 적나라한 현실의 기록을 보여줬어요. 


 

테칭 시에, Thirteen-year Plan 1986–1999 (13년 계획 1986–1999), © Tehching Hsieh


이후에도 테칭 시에는 오늘 살펴본 세 개의 대표적 작품 외에 2개의 1년 퍼포먼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13 Years Plan (13년 계획)'을 만들었습니다. 13개년 계획은 1986년 12월 31일에 시작하여 1999년 12월 31일에 끝났는데요. 5번의 1년 퍼포먼스 이후 그는 예술에 반응하려면 더 오랜 시간을 흘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의 조건은 '13년간 예술 작품을 만들되 공개하지 않는다' 였어요. 그러고는 그의 작품들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의 마지막에서 그는 “나는 살아남았습니다. 나는 1999년 12월 31일을 지났다.”라는 내용의 종이 한 장으로 구성된 작품을 통해 <13년 계획>이 마무리되었음을 알렸어요.


 


 

테칭 시에. 사진 출처: it's nice that magazine


예술과 삶을 동시에 존재하도록 만들었던 테칭 시에는 각 1년씩으로 이루어진 5개의 작품과 13년으로 이루어진 마지막 작품을 통해 “나에게 인생을 사는 것과 예술을 하는 것은 모두 똑같습니다.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차이점은 예술에서는 형태가 있다는 것입니다.”라는 자신의 첫 아이디어를 증명해냈어요. 테칭 시에는 작품을 제작한 18년의 시간을 예술의 형식으로 보냈습니다. '삶이 예술이다.'라는 자신만의 예술관 속 에서 숨 쉬듯 매시간, 쉬지 않고 작품을 만든 것이죠.  



테칭 시에의 말처럼 삶은 예술이고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 존재합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그리고, 오늘은 어떤 예술을 살아가고 계셨나요? 😊

요약과 함께 오늘의 아트 레터 마칩니다!



 


1. 테칭 시에는 1950년 대만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작가입니다. 시에는 대만에서 미술 교육을 받고 화가로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2. 테칭 시에는 자신의 예술을 이어나가기 위해 당시 현대미술의 중심지라고 생각했던 미국, 뉴욕으로 몰래 입국하게 됩니다. 

3. 불법체류자로서, 노동자로서, 그리고 낯선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작품 활동 역시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고, 이 삶 속에서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합니다.

4. 삶은 예술과 다를 바 없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삶과 예술은 동일한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자신이 만든 감옥에 1년간 생각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첫 번째 퍼포먼스 작업을 시작합니다.

5. 이후 테칭 시에는 <1년간의 퍼포먼스 작품 1980-1>인 일명 "Time Clock Piece"를 통해 삶과 예술에 대한 세계관을 '시간'이라는 개념과 더 연결하여 표현했어요.

6. 테칭 시에는 이후 공간과 자율성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어요. ”야외 작품”을 통해 의, 식, 주, 그리고 국적마저 잃어버린 존재가 생존을 위해 겪게 되는 적나라한 현실의 기록을 보여줬어요.

7. 테칭 시에는 세 개의 작품 외에 2개의 1년 퍼포먼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13 Years Plan (13년 계획)'을 만들었습니다.

8. 예술과 삶을 동시에 존재하도록 만들었던 테칭 시에는 각 1년씩으로 이루어진 5개의 작품과 13년으로 이루어진 마지막 작품을 통해 인생을 사는 것과 예술을 하는 것은 모두 똑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보여줬어요.



✨아트아트의 스페셜 인터뷰! 도예작가 유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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