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헨리 에머슨의 <수련화 채집>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도 어떤 사진이 예술적인지 동의했던 건 아니에요. 레일랜더의 작품과 같은 회화 주의적 사진을 싫어했던 사진작가가 있는데요.
레일랜더의 회화 주의적 사진과 정반대로, 사진보다도 더 자연스러운 사진을 연출하는 자연주의적 사진을 찍기 시작한 작가가 있어요! 영국인 사진작가 피터 헨리 에머슨(Peter Henry Emerson, 1856-1936)입니다.
출처: 헨리 에머슨의 <수련화 채집> 1886
이 사진을 본 순간 가장 먼저 무엇이 보이나요? 아무래도 보트에 앉아있는 남녀와, 그녀가 손을 뻗어 잡으려 하는 수련화겠죠? 동시에, 보트 뒤로는 갈대가 자라고 있고, 갈대 뒤로 저 멀리에는 구름의 윤곽이 어렴풋이 보여요. 갈대의 왼쪽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타고 있는 배들의 윤곽도 보이고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죠. 그건 바로 에머슨이 눈의 초점 밖에 있는 부분들은 흐릿하게 표현했기 때문이에요!
사진은 사람의 눈과는 큰 다른 점이 있어요. 👁️
그건 바로 사진은 눈과 달리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정확하게 묘사한다는 것이에요! 사람의 눈은 그렇지 않아요. 시각은 사실 무의식적으로, 때로는 선택적으로 보고 싶은 부분을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해요. 지금 이 글에 집중하느라 화면이 선명하게 보인다면, 화면 밖은 자연스레 흐릿해진 것을 경험하고 계실 거예요. 에머슨은 자신의 사진에도 이 자연적인 현상을 그대로 담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사진작가가 집중해서 보고 있는 부분 밖의 배경을 흐릿하게 하여, 보는 이 또한 자연스럽게 사진의 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도록 의도했답니다.
출처: 헨리 에머슨의 <The skirt of the village> 1887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보여주는 것이 사진이라면, 사람의 눈은 초점을 맞추고 싶은 부분에 더 집중하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이런 인체의 자연스러움을 사진에 담은 작가, 헨리 에머슨.
출처: 헨리 에머슨의 <A Dame's School> 1887
사라져가는 시골 노동자 삶의 모습을 담았던 에머슨의 사진처럼, 외면되곤 하지만 더 초점이 맞추어졌으면 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 또한 사진을 예술로 만드는 두 번째 요소이기도 해요. 사실 추후에 에머슨은 사진은 예술이 아니라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었어요. 자신의 사진들도 예술이 아니라 생각하게 되었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예술이란 예술가의 의도를 떠나서 보는 이의 눈에 의해 예술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에머슨의 사진은 예술일까요?
그럼, 다음 사진을 만나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