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위대한 이유
폴 세잔의 고향 엑상 프로방스 Aix-en-Provence, 출처 : Winalist
좌절했지만 고향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꾸준하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성공은 여전히 쉽지 않았죠. 설상가상으로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한 시점에 아버지까지 돌아가시고 맙니다. 좌절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때 그가 내세운 건 반(反)이었어요. 당시 주류를 이끌고 있던 인상주의에 반하는 사상을 고민하기 시작한 거죠!
출처 : MoMA
그는 인상주의에 회의감을 갖기 시작했어요. 세잔은 찰나의 순간에만 집착하는 인상주의 대신에 사물의 본질을 그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돼요. 그리고 6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내죠. 그것이 바로 <사과와 오렌지>라는 작품입니다.
다양한 시점과 시간을 모두 담아낸 폴 세잔의 명작, <사과와 오렌지>, 출처 : Wikimeida Commons
여러분, 이 그림이 위대한 이유를 혹시 아시나요? 모르셔도 괜찮아요. 그렇다면 이 그림의 특징이 느껴지시나요? 사실 저는 처음에는 잘 알지 못했는데요. 알고 보니 정말 묘한 포인트가 많은 작품이더라고요.
왼쪽의 낮은 접시는 마치 위에서 내려다본 시점으로 묘사되어 있죠? 반면 바로 옆에 있는 솟아오른 그릇과 물병은 옆에서 바라본 시점으로 묘사되어 있고요. 세잔은 눈에 보이는 장면 그대로를 그리지 않았어요. 실제로 인간은 원근법처럼 소실점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한 치 흔들림 없이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을 놓치지 않은 거죠. 그는 좌, 우, 위, 아래에서 사물을 관찰하고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본 피사체를 한 캔버스에 담아냈습니다. 또한 사과의 형태나 색도 제각각이에요. 어떤 사과는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붉은색이지만, 또 다른 사과는 이제 시들기 시작했는지 푸르스름하기도 하고요.
출처 : The Painters Keys
그는 모든 발견을 캔버스에 담으려 했어요. 오른쪽, 왼쪽, 위, 아래, 어제, 오늘, 내일, 작년, 내년의 사과를 한 캔버스 안에 그려낸거에요🍎! 세잔은 인상주의가 배척했던 고전미술에 담긴 질서와 균형의 아름다움도 살려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래서 자연을 원기둥, 구, 원뿔과 같은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로 치환해 그리기도 했죠. 찰나의 순간을 몽롱한 화풍으로 그린 인상파 화가들과 달리 세잔 그림은 단단하고 견고하며 변하지 않는 가치를 탐미하고 묘사하기 위해 노력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