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LETTER | place
Editor. Ju Soyeong
VOL.98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박물관, 요코하마 컵라면 박물관
한국인 한 명이 일 년에 섭취하는 라면의 개수는 약 77개. 전 세계인이 한 해에 소비하는 라면은 약 1,200억 개에 이릅니다. 현대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 라면은 3분이면 후루룩 먹을 수 있는 간편함과 늘 보장된 안정적인 맛으로 이렇게 전 세계인의 먹거리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죠.
특히 전 세계 인당 라면 소비량 2위에 빛나는 한국에 있어, 라면은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 라면만을 다룬 박물관을 오늘 아트레터에서 전해드립니다.

ⓒ에디터 촬영(Ju Soyeong).
오늘의 아트레터, 컵라면의 미학을 전시하는 요코하마 컵라면 뮤지엄을 소개합니다.
여기서 잠깐!! 👀
아트레터 구독자님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20세기 중반 이후 나타난 예술 및 문학 사조로, 근대성에 대한 반발과 해체의 중점을 두고 크게 확산했어요.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은 다양한 문화 간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요소가 뒤섞인 형태를 추구했죠. 작가들은 진지함보다는 재미와 아이러니를 좋아했어요. 왜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은 기존 작품이나 스타일을 패러디하기 시작했을까요? 또,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들은 누구고, 작품들은 무엇일까요?


쉽고 빠르게 '포스트모더니즘' 배워봅시다! 너무 많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채웠어요.

먼저 보고 들어가는 키워드 ✔
1. 요코하마 컵라면 뮤지엄🍜
요코하마에 위치한 컵라면 뮤지엄은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창립자 안도 모모후쿠(あんどうももふく, 安藤百福, Ando Momofuku)의 연대기를 바탕으로, 라면의 탄생과 지금까지의 역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뮤지엄입니다.
2. 라면의 역사🍥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식품, 라면의 시작은 동아시아의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는데요. 전후 국민들의 주린 배를 값싸게 채워준 고마운 먹거리에서 현재는 전 세계의 문화와 입맛에 맞춰 다양하게 개발된 식품의 한 분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3. 창조적 사고💡
세계를 넘어 우주식품으로까지 전파된 라면은 인류와 식품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 모든 성과는 안도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발상력과 도전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요코하마 컵라면 뮤지엄

ⓒ에디터 촬영(Ju Soyeong).
요코하마(横浜 ,Yokohama)는 한국으로 치자면 인천 부근에 해당하는 항구 도시로, 근대화 시기 많은 문물을 들여왔던 일본의 교류 창구였습니다. 그 항만을 바라보는 위치, 일본 최대의 식품 회사 닛신의 컵라면 뮤지엄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컵라면 뮤지엄은 세계 최초로 '컵누들'을 개발한 닛신의 컵라면을 주제로 컵라면의 역사와 그 영향력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에디터 촬영(Ju Soyeong).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발명 이래로 지금까지 개발된 각국의 수많은 라면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벽면 가득히 들어선 제품 패키지를 살펴보며 시대의 변천에 따른 라면의 역사는 물론, 한국의 신라면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국가별 대표 라면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죠. 1958년 발명 이래로, 전 세계로 전파된 라면은 다양한 식문화를 받아들이며 수많은 맛으로 변주하게 되었습니다. 반세기 조금 짓한 역사만에 이루어진 라면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피부로 느끼며, 일상에 깊게 녹아들어 있었기에 오히려 체감하기 어려웠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삼양식품.
신라면으로 대표되는 특유의 매운 라면은 한국식 스타일을 보여주는데요. 한국의 라면은 6.25 전쟁 이후, 빠르게 경제 발전의 시기를 겪으며 간편하고 값싸게 식사 시간을 단축하고자 활용되었던 먹거리로 우리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1960-70년대, 부족한 쌀로 인한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자 '혼분식', 즉 밀가루 등을 이용한 분식을 섞어 주식으로 삼자는 정책이 정부로부터 발표되었고 라면은 훌륭한 대체품으로 기능했습니다. 일본에서 전래하였지만 한국 입맛에 맞춰 매운맛을 첨가하고 기존의 닭 육수 대신 소고기 육수를 사용하며 새롭게 변형되었죠.

ⓒ농심.
라면을 먹고 운동을 했다던 마라톤 선수 임춘애의 어록부터 칸 영화제 수상작 영화 '기생충'에 등장해 선풍적 열풍을 일으킨 '짜파구리'까지. 이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라면은 전 세계로 수출되며 새로운 "한식"으로 우리의 맛을 알리고 있습니다.

라면의 시작🍜
“전후 일본의 여러 발명품이 그렇듯, 인스턴트 라면도 하나의 팀이 개발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라면은 개인이 발명했다."
- 2007년, 뉴욕타임스 기사 中.
이렇듯 전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은 라면, 그 시작은 한 개인의 작은 발명에서 비롯되었다는데요. 일본 닛신식품 창업자인 안도 모모후쿠는 대만 출신의 사업가로 1958년 미군이 구호품으로 지급한 밀가루를 활용해 '치킨라멘'을 개발, 이어 1971년에는 컵 형태의 라면 완제품에 물만 부어 바로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컵라면을 세계 최초로 발명했습니다. 이 발명의 역사는 아시아의 현대사와 맥을 함께 합니다.

세계 최초의 컵누들. ⓒ에디터 촬영(Ju Soyeong).
인스턴트 라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였던 1958년, 극심한 식량기근에 시달리던 당시 일본의 상황에 맞춰 주린 배를 쉽고 빠르게 채울 방법을 찾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이전의 라면은 면을 반죽한 뒤, 따로 육수를 우려내어 고명과 함께 내어내야 했기에 만드는 방법이 꽤 복잡한 음식에 속했습니다. 추운 밤, 라면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인파를 보며 안도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라면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뮤지엄 속 안도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그는 자신의 집마당에 실험실을 따로 만들고 인스턴트 라면 개발에 착수했는데요. 그러던 중, 아내가 식사를 준비하며 튀김을 튀겨내는 모습🍤을 보고 면을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는 영감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밀가루 반죽을 튀겨내어 내부의 수분을 제거한 뒤, 이를 다시 말리면 오래도록 보존이 가능해집니다. 이 아이디어를 활용해 안도는 밀가루 면을 기름에 튀긴 뒤 건조해 보존 편의성을 높인 '순간 유열건조법'을 개발했습니다. 이후 다시 튀겨진 면에 뜨거운 물을 붓게 되면 밀가루 면발 속의 세세한 입자로 수분이 스며들어 다시 부드러운 상태의 면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이죠.


과거 라면 제작 방식을 알아볼 수 있는 컵누들 뮤지엄 전시 공간 전경.
ⓒ에디터 촬영(Ju Soyeong).
이어 그는, 라면의 편의성을 더욱 극대화하고자 '보관 용기'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따로 냄비 등을 이용해 물을 끓일 필요 없이, 용기와 함께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라면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죠. 많은 시행착오 끝에,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컵라면 형태인 위가 가장 넓고,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원통 용기가 발명되었습니다. 이렇게 용기를 만든 이유는 내부의 면이 중간에 걸려, 위아래가 골고루 익혀지게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닛신식품(NISSIN).
이 용기를 제작하는 방법에도 처음에는 많은 실패가 따랐다고 합니다. 면의 크기에 비해 바닥면의 지름이 좁다보니 완벽하게 건조면을 넣는 것이 불가했다는 이유인데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보던 안도는 라면을 먼저 만든 뒤, 면을 감싸는 형태로 컵 용기의 단면을 제작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면부터 용기까지, 이 작은 컵 안에 든 모든 요소에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함께 들어가 있었던 것이죠.

창조적 사고
이어지는 전시관에서는 라면을 포함한 다양한 발명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안도가 식사 준비로 튀김을 기름에 넣는 모습을 보고 인스턴트 라면을 발명했듯, 모기가 동물의 피를 빠는 모습에서 주삿바늘이 착안하였고 잠자리의 날갯짓에서 헬리콥터의 비행 방식에 대한 영감을 얻었으며, 새의 유선형 몸체에서 고속 열차의 디자인이 고안🚅되었죠. 모든 발명의 시작은 일상 속 관찰에서 시작된 셈입니다.

ⓒ에디터 촬영(Ju Soyeong).
안도 모모후쿠가 라면을 발명한 1958년은, 그의 나이 48세가 되는 해이기도 했습니다. 대만 출신이라는 외국인 신분에 이전까지 여러 사업에 실패하며 많은 고초를 겪었던 그는 50에 가까운 나이에 세계를 뒤흔들 발명을 해냈습니다.
이에 안주하지 않고, 라면의 끝없는 확장을 꿈꾸었던 안도는 끝내 라면을, 세계를 넘어 우주에까지 진출시킵니다.

우주식품 '스페이스 램' ⓒ에디터 촬영(Ju Soyeong).
진공의 우주 환경에서는 기압이 낮아 물의 끓는점이 지구와 다른 것은 물론이고, 음식의 형태조차 제대로 유지되기 어려웠는데요. 이러한 환경에서 먹을 수 있는 상태의 라면을 제작하고자, 안도는 수프의 점도를 높이고 낮은 온도에서도 면발이 잘 익을 수 있도록 진공 건조 기술을 도입, 최초의 우주식품라면 '스페이스 램'(スペース・ラム, Space Ram)을 개발하는 데 성공합니다. 해당 라면은 점도 높은 수프로 인해 면발과 국물의 형태가 우주 공간에서도 유지됨은 물론, 튜브가 달린 특수 팩에 포장되어 있어 물을 넣어도 넘치지 않습니다. 그의 나이 91세의 일로, 안도는 직접 모든 제작 과정에 참여하며 제품 개발 이후, "꿈 같은 이야기가 실현되어 기쁘다."라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답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비행사 역시 우주 공간에서 라면을 맛있게 먹은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요. 전후 굶주리던 이들에게 소중한 양식이 되어주었던 라면은, 이제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우주 비행사들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는 먹거리로 인류 역사의 순간을 함께 하는 셈입니다.

값싸고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라면은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너무나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그 안에 들어간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실감하기는 어렵지만요.
48세에 이룬 라면의 발명과 이후의 컵라면, 또 우주식품에 이르기까지.
컵라면 뮤지엄은 모든 발명 과정에 '창조적 사고'가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에디터 촬영(Ju Soyeong).
일본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부터 컵누들, 그리고 지금의 한국 라면들까지.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함을 불편하게 생각했기에 새로운 발명이 가능했듯, 여러분의 일상을 한번 다르게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의 뉴스레터 내용 요약 💌
1. 요코하마 컵라면 뮤지엄에서는 라면의 탄생부터 그 역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2. 뮤지엄 전시관에서는 최초의 라면부터 시대의 변천에 따른 전 세계 곳곳의 인기 라면 제품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3. 특히 한국의 대표 라면으로 소개되는 '신라면'을 비롯해, 다양한 한국식 라면들이 한류를 타고 한국의 맛을 알리고 있습니다.
4. 해당 뮤지엄이 소개하는 라면의 발명가, 안도 모모후쿠는 1958년 48세의 나이에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치킨라멘'을 만들었습니다.
5. 오랜 보존과 간편한 조리를 위해 인스턴트 라면은 튀김 조리법에서 영감을 받은 '순간 유열건조법'으로 면을 튀기고 건조합니다.
6. 이어 1971년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컵라면이 새롭게 발명,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먹거리로 사랑 받습니다.
7. 컵라면의 용기는 바닥 지름이 좁은 형태로 많은 시행착오 끝에 면발을 감싸는 형태로 제작이 됩니다.
8. 이어 2005년, 세계를 넘어 우주에서도 먹을 수 있는 라면 '스페이스 램'이 개발됩니다.
9. 전후 시기부터 우주 공간 탐사의 순간까지, 인류 역사의 순간에 라면은 주요한 먹거리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10.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모습을 바꿔 온 라면은 창조적인 사고를 통한 발명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ARTLETTER | place
Editor. Ju Soyeong
VOL.98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박물관, 요코하마 컵라면 박물관
한국인 한 명이 일 년에 섭취하는 라면의 개수는 약 77개. 전 세계인이 한 해에 소비하는 라면은 약 1,200억 개에 이릅니다. 현대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 라면은 3분이면 후루룩 먹을 수 있는 간편함과 늘 보장된 안정적인 맛으로 이렇게 전 세계인의 먹거리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죠.
특히 전 세계 인당 라면 소비량 2위에 빛나는 한국에 있어, 라면은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 라면만을 다룬 박물관을 오늘 아트레터에서 전해드립니다.
ⓒ에디터 촬영(Ju Soyeong).
오늘의 아트레터, 컵라면의 미학을 전시하는 요코하마 컵라면 뮤지엄을 소개합니다.
아트레터 구독자님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20세기 중반 이후 나타난 예술 및 문학 사조로, 근대성에 대한 반발과 해체의 중점을 두고 크게 확산했어요.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은 다양한 문화 간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요소가 뒤섞인 형태를 추구했죠. 작가들은 진지함보다는 재미와 아이러니를 좋아했어요. 왜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은 기존 작품이나 스타일을 패러디하기 시작했을까요? 또,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들은 누구고, 작품들은 무엇일까요?
쉽고 빠르게 '포스트모더니즘' 배워봅시다! 너무 많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채웠어요.
먼저 보고 들어가는 키워드 ✔
1. 요코하마 컵라면 뮤지엄🍜
요코하마에 위치한 컵라면 뮤지엄은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창립자 안도 모모후쿠(あんどうももふく, 安藤百福, Ando Momofuku)의 연대기를 바탕으로, 라면의 탄생과 지금까지의 역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뮤지엄입니다.
2. 라면의 역사🍥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식품, 라면의 시작은 동아시아의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는데요. 전후 국민들의 주린 배를 값싸게 채워준 고마운 먹거리에서 현재는 전 세계의 문화와 입맛에 맞춰 다양하게 개발된 식품의 한 분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3. 창조적 사고💡
세계를 넘어 우주식품으로까지 전파된 라면은 인류와 식품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 모든 성과는 안도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발상력과 도전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요코하마 컵라면 뮤지엄
ⓒ에디터 촬영(Ju Soyeong).
요코하마(横浜 ,Yokohama)는 한국으로 치자면 인천 부근에 해당하는 항구 도시로, 근대화 시기 많은 문물을 들여왔던 일본의 교류 창구였습니다. 그 항만을 바라보는 위치, 일본 최대의 식품 회사 닛신의 컵라면 뮤지엄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컵라면 뮤지엄은 세계 최초로 '컵누들'을 개발한 닛신의 컵라면을 주제로 컵라면의 역사와 그 영향력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에디터 촬영(Ju Soyeong).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발명 이래로 지금까지 개발된 각국의 수많은 라면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벽면 가득히 들어선 제품 패키지를 살펴보며 시대의 변천에 따른 라면의 역사는 물론, 한국의 신라면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국가별 대표 라면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죠. 1958년 발명 이래로, 전 세계로 전파된 라면은 다양한 식문화를 받아들이며 수많은 맛으로 변주하게 되었습니다. 반세기 조금 짓한 역사만에 이루어진 라면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피부로 느끼며, 일상에 깊게 녹아들어 있었기에 오히려 체감하기 어려웠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삼양식품.
신라면으로 대표되는 특유의 매운 라면은 한국식 스타일을 보여주는데요. 한국의 라면은 6.25 전쟁 이후, 빠르게 경제 발전의 시기를 겪으며 간편하고 값싸게 식사 시간을 단축하고자 활용되었던 먹거리로 우리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1960-70년대, 부족한 쌀로 인한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자 '혼분식', 즉 밀가루 등을 이용한 분식을 섞어 주식으로 삼자는 정책이 정부로부터 발표되었고 라면은 훌륭한 대체품으로 기능했습니다. 일본에서 전래하였지만 한국 입맛에 맞춰 매운맛을 첨가하고 기존의 닭 육수 대신 소고기 육수를 사용하며 새롭게 변형되었죠.
ⓒ농심.
라면을 먹고 운동을 했다던 마라톤 선수 임춘애의 어록부터 칸 영화제 수상작 영화 '기생충'에 등장해 선풍적 열풍을 일으킨 '짜파구리'까지. 이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라면은 전 세계로 수출되며 새로운 "한식"으로 우리의 맛을 알리고 있습니다.
라면의 시작🍜
이렇듯 전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은 라면, 그 시작은 한 개인의 작은 발명에서 비롯되었다는데요. 일본 닛신식품 창업자인 안도 모모후쿠는 대만 출신의 사업가로 1958년 미군이 구호품으로 지급한 밀가루를 활용해 '치킨라멘'을 개발, 이어 1971년에는 컵 형태의 라면 완제품에 물만 부어 바로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컵라면을 세계 최초로 발명했습니다. 이 발명의 역사는 아시아의 현대사와 맥을 함께 합니다.
세계 최초의 컵누들. ⓒ에디터 촬영(Ju Soyeong).
인스턴트 라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였던 1958년, 극심한 식량기근에 시달리던 당시 일본의 상황에 맞춰 주린 배를 쉽고 빠르게 채울 방법을 찾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이전의 라면은 면을 반죽한 뒤, 따로 육수를 우려내어 고명과 함께 내어내야 했기에 만드는 방법이 꽤 복잡한 음식에 속했습니다. 추운 밤, 라면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인파를 보며 안도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라면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뮤지엄 속 안도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그는 자신의 집마당에 실험실을 따로 만들고 인스턴트 라면 개발에 착수했는데요. 그러던 중, 아내가 식사를 준비하며 튀김을 튀겨내는 모습🍤을 보고 면을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는 영감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밀가루 반죽을 튀겨내어 내부의 수분을 제거한 뒤, 이를 다시 말리면 오래도록 보존이 가능해집니다. 이 아이디어를 활용해 안도는 밀가루 면을 기름에 튀긴 뒤 건조해 보존 편의성을 높인 '순간 유열건조법'을 개발했습니다. 이후 다시 튀겨진 면에 뜨거운 물을 붓게 되면 밀가루 면발 속의 세세한 입자로 수분이 스며들어 다시 부드러운 상태의 면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이죠.

과거 라면 제작 방식을 알아볼 수 있는 컵누들 뮤지엄 전시 공간 전경.
ⓒ에디터 촬영(Ju Soyeong).
이어 그는, 라면의 편의성을 더욱 극대화하고자 '보관 용기'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따로 냄비 등을 이용해 물을 끓일 필요 없이, 용기와 함께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라면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죠. 많은 시행착오 끝에,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컵라면 형태인 위가 가장 넓고,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원통 용기가 발명되었습니다. 이렇게 용기를 만든 이유는 내부의 면이 중간에 걸려, 위아래가 골고루 익혀지게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닛신식품(NISSIN).
이 용기를 제작하는 방법에도 처음에는 많은 실패가 따랐다고 합니다. 면의 크기에 비해 바닥면의 지름이 좁다보니 완벽하게 건조면을 넣는 것이 불가했다는 이유인데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보던 안도는 라면을 먼저 만든 뒤, 면을 감싸는 형태로 컵 용기의 단면을 제작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면부터 용기까지, 이 작은 컵 안에 든 모든 요소에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함께 들어가 있었던 것이죠.
창조적 사고
이어지는 전시관에서는 라면을 포함한 다양한 발명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안도가 식사 준비로 튀김을 기름에 넣는 모습을 보고 인스턴트 라면을 발명했듯, 모기가 동물의 피를 빠는 모습에서 주삿바늘이 착안하였고 잠자리의 날갯짓에서 헬리콥터의 비행 방식에 대한 영감을 얻었으며, 새의 유선형 몸체에서 고속 열차의 디자인이 고안🚅되었죠. 모든 발명의 시작은 일상 속 관찰에서 시작된 셈입니다.
ⓒ에디터 촬영(Ju Soyeong).
안도 모모후쿠가 라면을 발명한 1958년은, 그의 나이 48세가 되는 해이기도 했습니다. 대만 출신이라는 외국인 신분에 이전까지 여러 사업에 실패하며 많은 고초를 겪었던 그는 50에 가까운 나이에 세계를 뒤흔들 발명을 해냈습니다.
이에 안주하지 않고, 라면의 끝없는 확장을 꿈꾸었던 안도는 끝내 라면을, 세계를 넘어 우주에까지 진출시킵니다.
우주식품 '스페이스 램' ⓒ에디터 촬영(Ju Soyeong).
진공의 우주 환경에서는 기압이 낮아 물의 끓는점이 지구와 다른 것은 물론이고, 음식의 형태조차 제대로 유지되기 어려웠는데요. 이러한 환경에서 먹을 수 있는 상태의 라면을 제작하고자, 안도는 수프의 점도를 높이고 낮은 온도에서도 면발이 잘 익을 수 있도록 진공 건조 기술을 도입, 최초의 우주식품라면 '스페이스 램'(スペース・ラム, Space Ram)을 개발하는 데 성공합니다. 해당 라면은 점도 높은 수프로 인해 면발과 국물의 형태가 우주 공간에서도 유지됨은 물론, 튜브가 달린 특수 팩에 포장되어 있어 물을 넣어도 넘치지 않습니다. 그의 나이 91세의 일로, 안도는 직접 모든 제작 과정에 참여하며 제품 개발 이후, "꿈 같은 이야기가 실현되어 기쁘다."라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답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비행사 역시 우주 공간에서 라면을 맛있게 먹은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요. 전후 굶주리던 이들에게 소중한 양식이 되어주었던 라면은, 이제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우주 비행사들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는 먹거리로 인류 역사의 순간을 함께 하는 셈입니다.
값싸고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라면은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너무나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그 안에 들어간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실감하기는 어렵지만요.
48세에 이룬 라면의 발명과 이후의 컵라면, 또 우주식품에 이르기까지.
컵라면 뮤지엄은 모든 발명 과정에 '창조적 사고'가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에디터 촬영(Ju Soyeong).
일본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부터 컵누들, 그리고 지금의 한국 라면들까지.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함을 불편하게 생각했기에 새로운 발명이 가능했듯, 여러분의 일상을 한번 다르게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의 뉴스레터 내용 요약 💌
1. 요코하마 컵라면 뮤지엄에서는 라면의 탄생부터 그 역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2. 뮤지엄 전시관에서는 최초의 라면부터 시대의 변천에 따른 전 세계 곳곳의 인기 라면 제품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3. 특히 한국의 대표 라면으로 소개되는 '신라면'을 비롯해, 다양한 한국식 라면들이 한류를 타고 한국의 맛을 알리고 있습니다.
4. 해당 뮤지엄이 소개하는 라면의 발명가, 안도 모모후쿠는 1958년 48세의 나이에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치킨라멘'을 만들었습니다.
5. 오랜 보존과 간편한 조리를 위해 인스턴트 라면은 튀김 조리법에서 영감을 받은 '순간 유열건조법'으로 면을 튀기고 건조합니다.
6. 이어 1971년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컵라면이 새롭게 발명,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먹거리로 사랑 받습니다.
7. 컵라면의 용기는 바닥 지름이 좁은 형태로 많은 시행착오 끝에 면발을 감싸는 형태로 제작이 됩니다.
8. 이어 2005년, 세계를 넘어 우주에서도 먹을 수 있는 라면 '스페이스 램'이 개발됩니다.
9. 전후 시기부터 우주 공간 탐사의 순간까지, 인류 역사의 순간에 라면은 주요한 먹거리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10.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모습을 바꿔 온 라면은 창조적인 사고를 통한 발명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