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4 평범한 것들을 시적으로 감각하게 하는, 구정아 |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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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Koo Jeong A, OooOoO, 2019, installation view at Triennale Milano. Photo: FTfoto.it.

ARTLETTER | artist
Editor. Park Jung-min



VOL.94 평범한 것들을 시적으로 감각하게 하는, 구정아


오늘의 레터,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단독 작가로 선정되며 본인만의 서정적이고 섬세한 작품관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구정아 작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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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 Jeong A, resonance, 2020 at the garden of PKM+, Photo by Youngmo Choi

구정아 작가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들을 시적인 방식으로 감각하게 하는 작업을 해왔어요. 회화 같은 전통적인 재료뿐 아니라 후각을 이용한 작업, 3D 영상, 설치, AR 등 그녀가 다루는 매체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프로젝트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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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고 들어가는 키워드 ✔

1. Ousss(우스) 🎭

그녀의 작품을 관통하는 한 가지 단어가 있다면 ‘Ousss’라는 개념입니다. 우스는 가변하는 무언가 단어, 물질, 에너지이기도 하며 정형화되지 않은,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 단위입니다.


2. 방랑하는 예술가🚶

구정아 작가는 화려한 경력에 비해 알려진 바가 별로 없습니다. 작가는 사적 정보를 밝히는 것을 거부하고 오로지 작품으로만 이야기한다고 주장합니다. 작가에 대한 정보는 1957년 서울에 태어났다는 것, 세계를 무대로 방랑한다는 것 (lives and works everywhere), 파리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해 베를린과 런던에서 거주하며 작업한다는 것 정도입니다.


3.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작가 🌎

구정아 작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어요. 파리 현대미술관,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구겐하임 등 유수의 갤러리에서 그녀를 알아보았답니다. 2002년엔 휴고 보스상 최종 후보, 2005년에는 에르메스 미술상을 받고 2016년 주영한국문화원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독일의 <ooom> 잡지는 ‘2019년 올해의 가장 영감을 준 100인’에 구정아 작가를 32위로 (아니쉬 카푸어가 31위)로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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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Ousss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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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 Jeong A, FLAMMARIOUSSS (Yvon Lambert Editions), 2006, Book, 34.9 x 26.9 x 8 cm,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구정아의 작품세계를 이야기할 때 언급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우스' 입니다.  작가가 1990년대부터 사용한 ‘우스 OUSSS’는 단어이자 접미사(Mysterious, Curious), 미지의 세계, 우주, 형태소, 가변하는 에너지라고 합니다. 즉 모든 것으로 변할 수 있는 거의 만능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잘 이해가 되지 않나요? 그럴 만도 합니다. 왜냐면 ‘우스’의 명확한 정의는 없거든요. 고정되지 않은  무언가이자 작가의 작품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 단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우스(OUSSS)는 단위, 어떤 가설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제가 만든 지형이죠. 긴장감 있는 지형이요. 연장선상에서 엔디멘션이라든지 확률적인 존재라든지, 아니면 비물질과 물질 체계의 해체라든지, 시간의 초월성이라든지. 그런 걸로 계속 지형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구정아 (브릿지 경제, 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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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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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 Jeong-A, Oslo, 1998, Crushed aspirin, wood, and blue light © Koo Jeong-a

창문에 들어오는 빛과 하얀 가루만으로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설치작품 <오슬로>입니다. 어두운 방 한구석에 마치 산봉우리처럼 하얗게 쌓인 아스피린 가루 위로 푸른 빛이 내리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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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 Jeong-A, Yvon Lambert, Paris, 1999.Photo: permission | courtesy Koo Jeong-A & Yvon Lambert Paris, New York

이외에도 작가는 나프탈렌, 자석, 일상의 폐기물 등 지극히 평범한 소재들을 작품에 끌어들입니다. 물질은 보존해야 할 기념비적인 것으로 추앙받지 않습니다. 문명의 잔해들은 어지러이 널려 하나같이 무쓸모하며 전시 후엔 폐기될 일시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구정아는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사소하고 평범한 소재들을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정교하게 재배열해 색다른 의미와 힘을 가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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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 Jeong A, Density, 2023, Polyamide, paint, wood, magnetic levitation device, 126.3 x 43.6 x 60.8 cm,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2023년, PKM갤러리에 작가는 <공중부양>이라는 제목으로 떠 있는 마그넷 조각을 선보입니다. 보이지 않지만, 마그넷을 지지하고 있는 자성, 중력의 존재를 감각하게 하고 현실 너머의 시공간을 상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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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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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 Jeong A, OTRO, 2012, Installation view at Centre international d'art et du paysage de Vassivière, Ile de Vassivière, France, 2012 Photo by L’Escaut Architecture

작가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기도 했는데요. 스케이트파크는 그녀에게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한 작업입니다.

프랑스 남부 바시비에르섬은 도심에서 고립되어 있고 그린벨트로 묶여 젊은이들이 떠나가는 낙후된 도시였습니다. 작가는 정부와 함께 다시 바시비에르를 젊은이들이 찾는 곳으로 변모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합니다. ‘스케이트 프로젝트’는 2012년부터 완공까지 꼬박 5년이 걸린 조각 설치작품으로 큰 호응과 함께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보더들의 성지가 됩니다.


작가는 작업 당시, 미술 견학을 와도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을 작품을 구상했다고 해요. 그리고 사람들이 보드를 타는 모습을 보며 스케이트파크를 통해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낙후된 유휴공간이 지역주민들을 연결해 주는 공간으로 바뀌며 스케이트파크는 그녀의 대표작이 됩니다.

‘인광 안료’가 칠해진 스케이트파크는 밤이 되면, 낮에 태양으로부터 흡수한 빛을 내뿜으며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인광은 흔히 아는 ‘야광’과 다른 화학적 요소를 지녔어요. 인광은 밝을 때는 존재를 드러내지 않지만 불을 끄면 밝을 때 빨아들인 빛을 발광합니다) 시간이라는 비물질의 변곡점을 활용하여 의도적으로 공간을 변형함으로써 주제에 대한 실존적 질문을 끌어냈다는 평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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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 Jeong A, OooOoO, 2019, installation view at Triennale Milano. Photo: FTfoto.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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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 Jeong A, OooOoO, 2019, Installation view at Triennale Milano, Milano, Italy, 2019 © Triennale Milano – photo: Gianluca Di Ioia

인광 스케이트 설치물 연작은 바시비에르를 시작으로 10여 년간 세계 각국에 설치됩니다. 2015년에는 리버풀 비엔날레에 ‘에베레스트’라는 이름으로, 2016년엔 상파울루 비엔날레엔 ‘ARROGATIAON’ 그리고 2019년에는 밀라노 트리엔날레에 ‘OooOoO’로 각각의 장소에 맞춰 제작, 설치됩니다.

한국에도 구정아의 스케이트파크를 볼 수 있어요. 경기 의왕시에 타임빌라스 앞에 설치한 ‘내가모 NEGAMO’는 약 80평 크기로 넓은 부지에 6개의 동그란 원이 모여있는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어딜 가면 공공미술 작품이 눈에 확 띌 만큼 크게 들어서 있지 않나. 정말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은 작품도 많지만, 개중엔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스케이트파크는 명확히 ‘유저’가 있는 작품이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이용하는 설치물인 셈인데, 유저들에게 작품을 ‘푸시’하지 않고 우연히 발견해내는 기쁨을 주고 싶었다.

-구정아 (W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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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 소환되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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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 JEONG A - ODORAMA CITIES, Korean Pavilion 2024, La Biennale di Venezia, Installation view, Courtesy of Pilar Corrias, London, and PKM Gallery, Seoul, Photo Mark B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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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 Jeong A – ODORAMA CITIES, Korean Pavilion 2024, La Biennale di Venezia. Installation view. Courtesy of Pilar Corrias, London, and PKM Gallery, Seoul. Photo: Mark Blower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는 ‘이방인은 어디에든 있다 Foreigners Everywhere’ 라는 주제를 내겁니다. 그리고 한국관의 단독 작가로 구정아 작가를 선정해요. 작가는 ‘향기를 통해 우리나라의 자화상을 연출’ 한다는 구상을 합니다. 구정아 작가는 이미 1996년부터 옷장 속 나프탈렌의 냄새를 활용한 <Pullover’s Wardrobe>를 기점으로 향을 이용한 작업을 탐구해왔어요. 그렇게 공동 예술감독 야콥 파브리시우스 디렉터와 이설희 큐레이터와 함께, 향기(Odor)와 드라마(Drama)의 합성어 ‘오도라마 시티즈 ODORAMA CITIES’를 구상합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들어서면 빈 것처럼 보이는 전시장 바닥에는 무한대의 기호, 덴마크에서 공수한 전나무로 만든 뫼비우스의 띠 모양의 설치 조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서 따뜻하고 복합적인 향기를 지닌 공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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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 Jeong A – ODORAMA CITIES, Korean Pavilion 2024, La Biennale di Venezia. Installation view. Courtesy of Pilar Corrias, London, and PKM Gallery, Seoul. Photo: Mark Blower

작가는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오도라마 시티의 모태가 된 2016년 런던 채링크로스 역의 ‘오도라마ODORAMA’프로젝트를 넓은 의미에서 재검토하고 재창조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오도라마는 런던의 채링크로스 역의 향과 빛이 상호작용하는 장소특정적 예술인데 반해 ‘오도라마 시티즈’는 개인의 추억 속에 있는 한국에 관한 향을 소환합니다.

본 프로젝트를 위해 작가는 2023년 여름, 오픈콜 방식을 채택해 “당신의 한국의 향기는 무엇입니까?” 라는 광고를 내겁니다. 대상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남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해외 입양아, 이민자, 한국 거주 해외 근로자, 탈북민 등으로 넓혔습니다. 600여 개의 서면 답변을 모아 14명의 조향사와 17가지 독특한 향기를 만듭니다. 향기들은 도시 향기, 밤공기, 장독대, 밥 냄새, 공중목욕탕 등의 키워드로 도출됩니다.

그렇게 작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스토리를 냄새로 구현합니다. 전시관 안에는 공중부양하고 있는 듯한 캐릭터 ‘우스’가 디퓨저가 되어 2분마다 향기를 내뿜고 전시장 곳곳에 숨겨진 오브제가 향을 은은하게 풍깁니다. 


형태도 없고 기록도 되지 않는 향기는 부유하며 섞이고 경계를 흩뜨립니다. 모든 곳에서 살고 일하는 작가, 제각기 다른 국적을 가지고 있는 조향사, 향기를 제공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은 비엔날레의 주제 ‘Foreigners Evrywhere’ 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집니다.


북한은 우리가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곳이지만 냄새는 어떤 경계도 넘나들 수 있잖아요. 그 향을 통해 남북이 함께 전 세계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모습으로 확장시키고 싶었어요. 남북의 통일이나 통일된 상이 아니라 향기가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는 데 중점을 뒀죠.

-구정아 (브릿지 경제, 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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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 내용 요약 💌

1. 구정아 작가는 유학 경험을 계기로, 해외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2. 그녀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은 프랑스 바시비에르섬에 설치한 스케이트파크 입니다.

3. 작가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려, 다수의 명성있는 전시와 갤러리에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4. 작가는 주로 비물질, 일상적인 소재를 작품에 이용합니다.

5. 1990년대부터 작품에 '우스 ouss'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6. 1996년 옷장 속 나프탈렌의 냄새를 작품의 소재로 쓴것을 시작으로 작품에 '향'을 도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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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d5d5459e8e5.png아트레터 구독자님들!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를 아시나요? 20세기와 21세기의 대표적인 영국 화가로, 그의 작품은 밝고 다채로운 색상으로 유명하죠. 특히 팝 아트 운동의 주요 인물로, 일상적인 주제를 화려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그의 스타일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제 호크니의 다채롭고 생기 넘치는 색감을 담은 스티커개성을 표현해보세요!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룸 데코레이션 스티커는 같이 들어있는 엽서 방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습니다. 간편하게 붙이고 떼어낼 수 있는 이 스티커로 아트레터 구독자님들만의 방을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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