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네일: ‘Blue Girl’, 1998, 실리콘 청동, 페이스갤러리 제공. 사진 엘런 페이지 윌슨. ©Kiki Smith
ARTLETTER | artist
Editor. Park Jung-min
VOL.86 관습을 벗어난 여체의 탐구, 키키 스미스
오늘의 레터, 판화, 조각, 책 제작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독보적인 미술세계를 구축하는 미국의 페미니스트 미술가 키키 스미스(Kiki Smith 1954~)를 소개합니다.

Kiki Smith. Photo.nina subin
여성의 몸을 심미적 관점으로 보던 전통 미술에 반하여 신체를 있는 그대로 탐구하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작가입니다. 터부시되던 신체의 배설물, 체액을 소재로 작품화하고 신화, 설화의 모티브를 차용해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귀 기울이고, 울림이 있는 것에 주의를 집중하고, 그리고 그 길로 계속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나는 확실히 호기심에 따라 내 길을 걸어왔다.
-키키스미스, 바자 인터뷰 중

여기서 잠깐!! 👀
아트레터 구독자님들! '신고전주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18세기 유명한 예술가들은 갑자기 과거의 예술을 찬양하기 시작했어요. 고대 로마를 포함해 과거 유럽을 지배했던 제국이 있던 시절의 예술들에서 영감을 찾기 시작했죠. 폼페이 발굴에서 시작된 고대 미술의 인기는 어느덧 시대를 이끌어나가던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하기 시작했고, '신고전주의'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예술의 서막을 시작하게 됩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몇백년전 예술을 사랑했고, 그곳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했을까요?

쉽고 빠르게 '신고전주의' 배워봅시다! 너무 많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채웠어요.

먼저 보고 들어가는 키워드 ✔
1. 신체에 대한 해부학적 관점👨🔬
키키 스미스는 인체 해부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응급 의학 기술 훈련을 받기도 했죠. 그녀의 초기작에서 인간 신체와 내장을 주조한 작업을 볼 수 있습니다.
2. 아브젝트 아트(Abject Art) 🤮
아브젝트 아트는 체액과 혈흔, 곰팡이, 정액, 고름 등 불결하게 여겨져 꺼리는 재료를 다루고 탐구하는 전위적인 방식의 예술입니다. 혈관이 드러나는 피부, 잘린 팔다리와 장기, 배설물 등을 표현하는 키키 스미스의 작업을 설명하는 하나의 장르입니다.
3. 신화, 설화, 종교 👹
스미스는 인간의 신체뿐만 아니라 자연과 우주로 작품 세계를 넓혀갔습니다. 장식성이 돋보이는 태피스트리, 드로잉에서 설화와 신화, 역사의 도상을 취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연약한 신체를 탐구하다
키키 스미스는 독일 뉘른베르트 Nuremberg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미니멀 조각가 토니 스미스 Tony Smith로 주로 기하학적인 조각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유년기, 가톨릭교회에서의 경험과 인간 신체에 대한 매혹은 향후 작품세계로의 틀을 마련해줬습니다.

Kiki Smith, Second Choice, 1989 ©Kiki Smith
1976년 뉴욕 기반의 급진적 예술 그룹 Collaborative Projects에 합류하여 관습에서 탈피한 재료 사용의 영감을 얻고 신체의 장기와 분비물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선보입니다.
1980년 아버지와 자매 베아트리체의 에이즈에 의한 죽음을 계기로 육체의 물질성과 취약성에 천착하기 시작합니다. 1985년 신체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응급 의료 기술자 훈련을 받습니다. 이 경험은 이후 신체의 골격과 장기 등을 해부학적으로 표현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됩니다.
초기 조각 작품에서 절단된 신체 부위와 폐, 복부, 간, 심장, 비장 등의 인간 장기를 표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Kiki Smith, Untitled, 1990, courtesy of Pace Gallery, NY, ©Kiki Smith
스미스는 신체 취약성을 표현하기 위해 왁스, 천, 종이, 밀랍 등의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여자와 남자의 매달린 신체에서 정액과 우유가 흘러내립니다. 붉은 색을 띄는 피부를 표현한 왁스는 인간 육체의 투과성과 연약함을 보여줍니다.

그로테스크, 불결함의 미학

Kiki Smith, Pee Body, 1992, Wax and glass beads ©Kiki Smith
실물 크기의 여성이 바닥에 웅크리고 있고 몸 뒤로는 반짝이는 노란색 구슬이 흘러내립니다. 작품 제목 ‘Pee Body’는 ‘소변보는 몸’을 뜻합니다. 모든 사람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아주 사적이며 기본적인 행위를 공공장소에 전시함으로써 그녀는 저항과 파격의 상징이 됩니다.
사회, 남성 또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평가되고 대상화되어 왔던 여성의 몸은 엎드리거나 웅크린 형태를 취해 폭력에 노출된 역사를 보여줍니다.
그녀의 작업은 1980년대 미술계의 주된 담론이었던 동성애, 에이즈에 대한 공포, 젠더, 낙태권 등과 맥을 같이 합니다. 키키 스미스는 전통적인 여성 누드의 이상화되고 신비화된 표현을 전복하고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배설, 재생산과 같은 신체의 기능을 작품화하고 기괴하고 해체된 신체를 통해 통념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작가는 "신체야말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형태이자 각자의 경험을 담을 수 있는 그릇" 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Kiki Smith, Train, 1993, Wax and glass beads ©Kiki Smith
아브젝트 아트Abject Art(‘불결한 것’을 뜻하는 프랑스어 ‘아브젝시옹’에서 유래한 아브젝트는 신체, 생리혈, 분비물 등 혐오스럽게 여겨지는 소재를 작품화하는 예술 장르)는 신체와 정신의 이분법에 도전하고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문제를 다루어 사회적 관습과 윤리의식을 내제화한 이들에게 불편함을 줍니다.
여전히 주류사회에서 담론의 주제로 꺼려지는 여성의 혈흔과 배설을 표현한 스미스는 199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아브젝트 아트작가 중 하나가 됩니다. 몇몇 비평가들은 키키 스미스를 포함한 아브젝트 전시에 역겹다는 혹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브젝트 아트는 보는 이에게 저항감과 역겨움을 주는 것을 넘어서, 이전에는 논의되지 않았던 사회적 주제들을 재인식시키고 담론화 시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Kiki Smith, Lilith, 1994 ©Kiki Smith
마치 박쥐처럼 벽에 거꾸로 매달린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릴리스(Lilith). 꿰뚫는 듯한 차가운 눈빛을 갖고 있습니다. 인간이라기보다 마녀, 짐승의 느낌을 자아냅니다. 유대 신화에서 릴리스는 아담의 첫째 아내였지만 남자에게 복종하길 거부해 에덴에서 도망쳐 마녀가 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릴리스는 마녀, 여자 악마의 상징, (남녀의 평등을 주장한 그녀는) 페미니스트의 아이콘으로 여겨집니다.
이처럼 스미스는 종교와 문학, 신화의 소재를 작품에 끌어들여 여성 억압의 역사를 은유하는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자연으로의 관심

Kiki Smith, Sky, 2012, Jacquard tapestry, ©Kiki Smith

<Winter Twilight>, 2023, Aqueous archival inkjet, Acrylic archival inkjet, White gold leaf on Hahnemüle rag paper, 152.4x109.2cm. ©Kiki Smith, Courtesy of Pace Gallery
그녀의 관심사는 점차 동식물과 자연, 우주 전체로 확장됩니다. 그러면서 작품에 별과 달, 천체의 모습과 다양한 동식물의 형상이 등장합니다.
키키 스미스는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자연과 인간의 상호 연관성, 자연의 경이로움, 생명력 등을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작품도 회화, 판화, 드로잉,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었죠. 작품들은 이전보다 서정적이고 장식적이며 영적인 내러티브를 내포하는 듯 보입니다.
파격적이고 노골적인 표현 방식으로 충격을 선사했던 초반의 경향과는 달리 주변의 미시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체험을 넘어서서 모든 생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몸’에 대한 관심은 놓지 않았습니다.

Kiki Smith, Rapture, 2001, bronze, 170.8 x 157.5 x 66.7 cm, edition of 3 ©Kiki Smith

Kiki Smith, Lying with the Wolf, 2001, ink and pencil on paper, 223.5 x 185.4 cm (Centre Pompidou, Paris) ©Kiki Smith
그녀의 많은 작업에서 여성과 늑대가 함께하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을 주는 표현기법과 구도에서 모종의 암시성과 함께 신화, 설화 등의 원형적인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고 동시에 자연과 인간의 복잡한 관계와 조화를 보는 그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일평생 자유낙하를 결심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알지 못하는 공간이 계속 이어지고, 어디로 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나를 위한 것이라고 여겼다.
-키키 스미스, 보그 인터뷰 중

오늘의 아트레터 내용 요약 💌
1. 미니멀 조각가 토니 스미스의 딸로 독일에서 태어난 키키 스미스는 예술가 부모와 외부세계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가로 성장합니다.
2. 아버지와 자매의 죽음을 계기로 인간 육체의 취약성과 생명력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3. 신체의 취약성과 생명력을 부패하고 분비물을 배출하는 신체로 표현함으로써 아브젝트 아트의 대표인물 중 하나가 됩니다.
4. 신화와 설화, 역사, 종교를 아우르는 지식을 작품에 녹여냄으로써 육체의 억압의 역사를 전달합니다.
5. 1990년 중반 이후 자연과 인간의 관계, 생명으로 주제를 넓힙니다. 직물, 종이, 청동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천체와 다양한 동식물의 형상을 표현하게 됩니다.
썸네일: ‘Blue Girl’, 1998, 실리콘 청동, 페이스갤러리 제공. 사진 엘런 페이지 윌슨. ©Kiki Smith
ARTLETTER | artist
Editor. Park Jung-min
VOL.86 관습을 벗어난 여체의 탐구, 키키 스미스
오늘의 레터, 판화, 조각, 책 제작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독보적인 미술세계를 구축하는 미국의 페미니스트 미술가 키키 스미스(Kiki Smith 1954~)를 소개합니다.
Kiki Smith. Photo.nina subin
여성의 몸을 심미적 관점으로 보던 전통 미술에 반하여 신체를 있는 그대로 탐구하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작가입니다. 터부시되던 신체의 배설물, 체액을 소재로 작품화하고 신화, 설화의 모티브를 차용해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귀 기울이고, 울림이 있는 것에 주의를 집중하고, 그리고 그 길로 계속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나는 확실히 호기심에 따라 내 길을 걸어왔다.
-키키스미스, 바자 인터뷰 중
여기서 잠깐!! 👀
아트레터 구독자님들! '신고전주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18세기 유명한 예술가들은 갑자기 과거의 예술을 찬양하기 시작했어요. 고대 로마를 포함해 과거 유럽을 지배했던 제국이 있던 시절의 예술들에서 영감을 찾기 시작했죠. 폼페이 발굴에서 시작된 고대 미술의 인기는 어느덧 시대를 이끌어나가던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하기 시작했고, '신고전주의'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예술의 서막을 시작하게 됩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몇백년전 예술을 사랑했고, 그곳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했을까요?
먼저 보고 들어가는 키워드 ✔
1. 신체에 대한 해부학적 관점👨🔬
키키 스미스는 인체 해부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응급 의학 기술 훈련을 받기도 했죠. 그녀의 초기작에서 인간 신체와 내장을 주조한 작업을 볼 수 있습니다.
2. 아브젝트 아트(Abject Art) 🤮
아브젝트 아트는 체액과 혈흔, 곰팡이, 정액, 고름 등 불결하게 여겨져 꺼리는 재료를 다루고 탐구하는 전위적인 방식의 예술입니다. 혈관이 드러나는 피부, 잘린 팔다리와 장기, 배설물 등을 표현하는 키키 스미스의 작업을 설명하는 하나의 장르입니다.
3. 신화, 설화, 종교 👹
스미스는 인간의 신체뿐만 아니라 자연과 우주로 작품 세계를 넓혀갔습니다. 장식성이 돋보이는 태피스트리, 드로잉에서 설화와 신화, 역사의 도상을 취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연약한 신체를 탐구하다
키키 스미스는 독일 뉘른베르트 Nuremberg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미니멀 조각가 토니 스미스 Tony Smith로 주로 기하학적인 조각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유년기, 가톨릭교회에서의 경험과 인간 신체에 대한 매혹은 향후 작품세계로의 틀을 마련해줬습니다.
Kiki Smith, Second Choice, 1989 ©Kiki Smith
1976년 뉴욕 기반의 급진적 예술 그룹 Collaborative Projects에 합류하여 관습에서 탈피한 재료 사용의 영감을 얻고 신체의 장기와 분비물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선보입니다.
1980년 아버지와 자매 베아트리체의 에이즈에 의한 죽음을 계기로 육체의 물질성과 취약성에 천착하기 시작합니다. 1985년 신체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응급 의료 기술자 훈련을 받습니다. 이 경험은 이후 신체의 골격과 장기 등을 해부학적으로 표현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됩니다.
초기 조각 작품에서 절단된 신체 부위와 폐, 복부, 간, 심장, 비장 등의 인간 장기를 표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Kiki Smith, Untitled, 1990, courtesy of Pace Gallery, NY, ©Kiki Smith
스미스는 신체 취약성을 표현하기 위해 왁스, 천, 종이, 밀랍 등의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여자와 남자의 매달린 신체에서 정액과 우유가 흘러내립니다. 붉은 색을 띄는 피부를 표현한 왁스는 인간 육체의 투과성과 연약함을 보여줍니다.
그로테스크, 불결함의 미학
Kiki Smith, Pee Body, 1992, Wax and glass beads ©Kiki Smith
실물 크기의 여성이 바닥에 웅크리고 있고 몸 뒤로는 반짝이는 노란색 구슬이 흘러내립니다. 작품 제목 ‘Pee Body’는 ‘소변보는 몸’을 뜻합니다. 모든 사람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아주 사적이며 기본적인 행위를 공공장소에 전시함으로써 그녀는 저항과 파격의 상징이 됩니다.
사회, 남성 또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평가되고 대상화되어 왔던 여성의 몸은 엎드리거나 웅크린 형태를 취해 폭력에 노출된 역사를 보여줍니다.
그녀의 작업은 1980년대 미술계의 주된 담론이었던 동성애, 에이즈에 대한 공포, 젠더, 낙태권 등과 맥을 같이 합니다. 키키 스미스는 전통적인 여성 누드의 이상화되고 신비화된 표현을 전복하고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배설, 재생산과 같은 신체의 기능을 작품화하고 기괴하고 해체된 신체를 통해 통념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작가는 "신체야말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형태이자 각자의 경험을 담을 수 있는 그릇" 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Kiki Smith, Train, 1993, Wax and glass beads ©Kiki Smith
아브젝트 아트Abject Art(‘불결한 것’을 뜻하는 프랑스어 ‘아브젝시옹’에서 유래한 아브젝트는 신체, 생리혈, 분비물 등 혐오스럽게 여겨지는 소재를 작품화하는 예술 장르)는 신체와 정신의 이분법에 도전하고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문제를 다루어 사회적 관습과 윤리의식을 내제화한 이들에게 불편함을 줍니다.
여전히 주류사회에서 담론의 주제로 꺼려지는 여성의 혈흔과 배설을 표현한 스미스는 199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아브젝트 아트작가 중 하나가 됩니다. 몇몇 비평가들은 키키 스미스를 포함한 아브젝트 전시에 역겹다는 혹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브젝트 아트는 보는 이에게 저항감과 역겨움을 주는 것을 넘어서, 이전에는 논의되지 않았던 사회적 주제들을 재인식시키고 담론화 시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Kiki Smith, Lilith, 1994 ©Kiki Smith
마치 박쥐처럼 벽에 거꾸로 매달린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릴리스(Lilith). 꿰뚫는 듯한 차가운 눈빛을 갖고 있습니다. 인간이라기보다 마녀, 짐승의 느낌을 자아냅니다. 유대 신화에서 릴리스는 아담의 첫째 아내였지만 남자에게 복종하길 거부해 에덴에서 도망쳐 마녀가 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릴리스는 마녀, 여자 악마의 상징, (남녀의 평등을 주장한 그녀는) 페미니스트의 아이콘으로 여겨집니다.
이처럼 스미스는 종교와 문학, 신화의 소재를 작품에 끌어들여 여성 억압의 역사를 은유하는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자연으로의 관심
Kiki Smith, Sky, 2012, Jacquard tapestry, ©Kiki Smith
<Winter Twilight>, 2023, Aqueous archival inkjet, Acrylic archival inkjet, White gold leaf on Hahnemüle rag paper, 152.4x109.2cm. ©Kiki Smith, Courtesy of Pace Gallery
그녀의 관심사는 점차 동식물과 자연, 우주 전체로 확장됩니다. 그러면서 작품에 별과 달, 천체의 모습과 다양한 동식물의 형상이 등장합니다.
키키 스미스는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자연과 인간의 상호 연관성, 자연의 경이로움, 생명력 등을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작품도 회화, 판화, 드로잉,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었죠. 작품들은 이전보다 서정적이고 장식적이며 영적인 내러티브를 내포하는 듯 보입니다.
파격적이고 노골적인 표현 방식으로 충격을 선사했던 초반의 경향과는 달리 주변의 미시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체험을 넘어서서 모든 생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몸’에 대한 관심은 놓지 않았습니다.
Kiki Smith, Rapture, 2001, bronze, 170.8 x 157.5 x 66.7 cm, edition of 3 ©Kiki Smith
Kiki Smith, Lying with the Wolf, 2001, ink and pencil on paper, 223.5 x 185.4 cm (Centre Pompidou, Paris) ©Kiki Smith
그녀의 많은 작업에서 여성과 늑대가 함께하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을 주는 표현기법과 구도에서 모종의 암시성과 함께 신화, 설화 등의 원형적인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고 동시에 자연과 인간의 복잡한 관계와 조화를 보는 그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일평생 자유낙하를 결심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알지 못하는 공간이 계속 이어지고, 어디로 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나를 위한 것이라고 여겼다.
-키키 스미스, 보그 인터뷰 중
오늘의 아트레터 내용 요약 💌
1. 미니멀 조각가 토니 스미스의 딸로 독일에서 태어난 키키 스미스는 예술가 부모와 외부세계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가로 성장합니다.
2. 아버지와 자매의 죽음을 계기로 인간 육체의 취약성과 생명력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3. 신체의 취약성과 생명력을 부패하고 분비물을 배출하는 신체로 표현함으로써 아브젝트 아트의 대표인물 중 하나가 됩니다.
4. 신화와 설화, 역사, 종교를 아우르는 지식을 작품에 녹여냄으로써 육체의 억압의 역사를 전달합니다.
5. 1990년 중반 이후 자연과 인간의 관계, 생명으로 주제를 넓힙니다. 직물, 종이, 청동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천체와 다양한 동식물의 형상을 표현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