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네일: Flowers Blossoming in This World and the Land of Nirvana, 2014, 57 x 57 cm, Edition of 300 ©Kaikai KiKi, LongandRyle.com
VOL.81 융합의 예술, 세계를 아우르다 : 무라카미 다카시
오늘의 아트 레터,
저급과 고급, 만화와 예술, 미술과 패 등 문화 간의 구분을 넘어 현대 미술의 경계를 확장한 선구자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 Murakami Takashi)입니다.

작품 앞의 무라카미 다카시. 출처 : VOGUE INDIA
팝하고 톡톡 튀는 원색의 작품,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를 현대미술로 접하는 건 이제 더 이상 흔치 않은 일이 아닙니다.
이 시작, 누구로부터 기인했을까요? 오늘 만나볼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는 소위 저급 문화라 불리던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현대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그 저변을 넓히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 미술의 다양성을 구축하는데 기여했답니다. 그의 작품은 일본 특유의 만화 스타일을 기반으로 기존의 미학에 반하는 외설적이고도 단순한 형태를 지녔는데요. 현대 예술을 대표하는 일본 태생의 작가는 국제적으로 일본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지명도를 지니고 지금도 활발히 예술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내가 시도하는 것은 단순히
나의 작품을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영역 내에서 소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이들에게서 어떠한 반응을 끌어내는 것에 나는 도전하는 것이다.”
-무라카미 다카시-

먼저 보고 들어가는 키워드 ✔
1. 구분 짓지 않는 예술↔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들의 공통점, 바로 만화적인 그림체에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 스타일은 작가가 발표한 하나의 사조로부터 출발하게 되었는데요.일본의 현대미술이 서구의 것을 답습한다고 보았던 그는 2000년, 일본 미술의 특색을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찾아냅니다. 일본 미술사만의 배색과 평면적 레이아웃이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진다는 ‘슈퍼 플랫SuperFlat’을 발표, 하위문화로 여겨지던 애니메이션, 만화와 같은 분야를 고급 미술 작품들과 융합하여 발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2. 가이가이키키(KAIKAI KIKI)🌺
해맑게 웃고 있는 꽃 모양의 캐릭터, 만화에서 본 듯한 그림체의 이 꽃은 작가를 몰라도 알 수 있는 대표적 상징물로서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미술 작품이에요. 작가는 이렇듯 다양한 캐릭터로 자신의 확장성을 더하고, 미술의 문턱을 낮췄죠. 미술관부터 스트리트 문화를 상징하는 길거리의 키링으로까지 일상 생활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예술품입니다.
3. 콜라보레이션💑
생각지 못했던 융합으로 세상에 충격을 전한 작가는 미술을 넘어 패션, 음악과 같은 문화 산업계와도 지속적인 교류를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루이비통의 러브콜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위블로, PORTER 등의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지속적인 에디션을 제작해 패션 아이템 속 예술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블랙핑크, 뉴진스와 같은 아티스트와도 세대를 넘어 협업을 진행하며 그만의 감각을 보여주고 있어요.

여기서 잠깐!! 👀
아트레터 구독자님들! 미술사조 중 '상징주의'를 알고 있나요? 멘탈이 나가면 우린 항상 뭉크의 '절규'를 떠올립니다. 이 그림은 인간이 얼마나 절망적이고, 정신이 붕괴될 때 어떤 표정이 보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죠. 하지만 우리는 '절규'라는 작품만 알고, 그 뒷이야기는 잘 모릅니다. 이 그림이 왜 나왔고, 어떻게 뭉크가 '상징주의'와 사랑에 빠졌는지. '상징주의' 도대체 무엇일까요?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와 작품도 궁금하지 않나요?

쉽고 빠르게 '상징주의' 배워봅시다! 너무 많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채웠어요.
심지어 엄청난 할인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오타쿠 예술가, 무라카미 다카시.
1962년, 도쿄에서 태어난 무라카미는 어린 시절부터 서예와 전시회를 방문하며 자연스럽게 미술을 접하며 자라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미술관 속 정적인 작품들보다도 '은하철도999'와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매료되어 유년기를 보냈는데, 이 때 작가는 만화 업계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기도 할 정도로 서브 컬쳐에 흥미와 관심을 두었다고 합니다.

출처 : 銀河鉄道999, dアニメストア
이후 예술대학에서 일본화를 전공하게 되며, 무라카미는 미술의 일반적 개념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일본 미술만의 감수성🎨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서구 중심의 예술사를 배우며, 다양한 취향을 존중해야 할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존재하던 예술 내의 위계질서에 고뇌를 품었던 것이죠.
이에 작가는 도쿄예술대학 박사 과정 중, 서구권의 현대미술에 비해 하위 문화 취급을 받던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 사이의 위계 질서, 그 간극을 평평하게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이후 2000년 로스엔젤레스 미술관에서 전시를 담당한 작가는 일본 서브컬쳐 속 과거 전통 미술의 평면성이 계승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미술 문화간의 고저가 없이 평평하다는 ‘슈퍼플랫’(SuperFlat)론을 발표,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과거 일본의 목판화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배색과 평면성을 일본 애니메이션과 연결지은 작가의 담론은 만화를 주제로 한 피규어, 캐릭터, 톡톡 튀는 색감의 작품들로 표현되었어요.

출처 : Time Out/Michael Juliano
기존 서브 컬쳐에서 팬덤용으로 제작되던 오브제인 피규어, 만화 속 선과 색감을 이용한 캐릭터들이 정적인 품위를 갖춘 화이트큐브 미술관에서 관람객을 만나며, 기존에는 미술로 여겨지지 않았던 하위의 취향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한 것이죠. 무라카미는 만화 속 캐릭터 피규어를 실사 사이즈로 키워 전시장에 배치했고, 이러한 서브 컬쳐 문화로 대변되는 인물상에 숨겨진 성적 함의나 상품화, 강박관념과 같은 사회 담론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무라카미 피규어 전시장 전경, 출처 : 페로탕 갤러리

출처 : CNN
이러한 작가의 시도는 서브컬쳐를 통해 현대 사회의 모습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기존 미술의 틀을 깨며 자국의 문화를 서구권을 비롯한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품 세계관은 현대 예술에서 미술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에도 영향을 주었어요.
그리고 슈퍼플랫SuperFlat은, 서구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일본만의 예술, 하나의 사조이자 용어🍥로 자리매김하며 수많은 후배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전달하게 됩니다.
현대 미술이란 무엇인가?
마르셀 뒤샹으로 거슬러가면 그는 단지 존재하는 변기에 서명을 하고 이를 예술 작품이라 했다.
현대 미술은 이렇게 예술을 제조하는 방법에 대한 끊임없는 다른 시도들을 하고 있다.
- 무라카미 다카시 -

만화 속 피규어부터 캐릭터, 다양한 일본 서브 컬쳐 문화를 바탕으로 작품을 구성한 작가는 회화는 물론,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를 새긴 굿즈 등을 만들어내며 예술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의 범위도 보다 평평하게 넓히기🌐를 추구했습니다.
대표 캐릭터 ‘가이가이 키키’🌻는 괴괴기기(怪怪奇奇), 즉 기괴하다는 뜻을 가진 꽃 모양의 캐릭터로 다채로운 컬러와 어디에나 어울리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스트리트 문화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기도 하죠. 작가는 동명의 스튜디오를 세워 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답니다. 미술관에 걸린 대형 작품부터 티셔츠 속 캐릭터까지📶, 모두 그의 예술 작품으로 존재하는 것이죠.

출처 : 가이가이 키키 홈페이지
국내외 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이 캐릭터는 옷부터 악세사리, 키링까지 다양한 형태로 일상 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예술🎨적인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출처 : BTS 팬페이지 VH

예술의 확장을 더하다
경계를 넘어서는 그의 행보는 미술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과감한 행보🔊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융합되는 현대 사회에 새로운 귀감이 되었죠.
2002년, 세계적인 하이엔드 브랜드 루이비통의 수석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는 무라카미의 강렬한 색감과 기존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신선함에 감명을 받아 그에게 직접 러브콜을 보냅니다. 당시만 해도 패션계와 아티스트 간 협업은 흔하지 않은 편🔓이었어요. 무라카미 다카시는 루이비통의 기존 이미지를 살리기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할까에 집중했죠. 제의를 받아들인 작가는 장인정신을 대표하는 루이비통의 백에 일본의 키치하고 톡톡 튀는 색감의 만화적 그래픽을 더해 새로운 에디션을 탄생🔆시켰습니다.

Murakami Editon, 출처 : Louis Vuitton
기존 루이비통이 갖고 있던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귀여운 캐릭터를 만나 보다 젊고 힙한 이미지로 변신하게 되었고✨, 큰 호응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에 힘입어 작가는 장기 프로젝트로 루이비통과의 협업 라인을 제작하며 세대 간의 취향은 물론, 작품과 제품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작업으로 그는 미술계를 넘어 세계에 무라카미 다카시라는 이름을 널리 떨치게 됩니다.
타 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은 패션을 넘어, 음악🎼으로도 이어졌습니다.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까지 세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무라카미 다카시와 함께 뮤직비디오, 앨범 커버 및 조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의 협업을 진행하였어요. 무라카미 다카시에게 미술 분야 속 위계 질서가 없었듯,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 간에도 그 어떤 장벽이 존재하지 않았던 셈입니다.

KANYE WEST 'GRADUATION' 앨범 커버, 출처 : JUXTAPOZ MAGAZINE

빌리 아일리시 콜라보레이션, 출처 : GARAGE MAGAZINE/Models.com
이렇듯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며 무라카미는 더 넓은 범위의 대중들에게 쉽게 즐길 수 있는 예술🎇을 제공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월에는 k-pop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블랙핑크Blackpink와의 협업을 통해 캐릭터 판다카시(Pandakashi)를 발표하며 한국 팬들에게도 더욱 친숙한 예술가가 되었죠.

Pandakashi, 출처 : Artsy
한국 아티스트 블랙핑크Blackpink의 아이덴티티 컬러와 자신의 캐릭터 가이가이 키키를 융합해 만들어 낸 캐릭터 판다카시(Pandakashi).
관련 협업을 통해 두 아티스트의 팬들을 위한 다양한 굿즈 컬렉션 역시 발매되었고, 관련 컬렉션은 세계 최대 아트페어로도 꼽히는 아트 바젤의 마이애미 비치 전시에서 선보여지며 현대 예술의 경계는 무한함을 보이기도 했죠.

출처 : COMPLEX

출처 : KPOPMAP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젊은 아티스트들과 소통하는 작가는 뉴진스(Newjeans)의 캐릭터인 토끼를 모티브로 한 쿠키를 공개하는 등, 한국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세대를 넘어 소통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기도 했습니다.

출처 : 뉴진스 인스타그램
고상한 미술관에 만화 캐릭터를 들여놓고, 미술의 확장이란 이름 아래 여러 분야와 협업을 펼치는 등. 혁신적인 행보임에도 미술가라기에는 너무나 톡톡 튀는 그의 작업활동은 이야깃거리를 낳기도 했답니다, 뭇 사람들은 지나친 상업성에 대한 조롱🎭을 던지기도 했죠. 이를 두고 작가는 그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일은 위험해 보입니다.
사람들이 온갖 돌을 던질 테니까요.
하지만 괜찮아요.
내겐 튼튼한 모자(hard hat)가 준비돼 있습니다."
FLAT, 플랫.
평면화되어 있다는 단어를 통해 작가는 소위 말하는 저급한 서브 컬쳐를 고급 미술 시장에 출품해 반대되는 예술에 동등한 자격을 부여했습니다. 저게 어떻게 예술이냐는 비난도 있었지만 그가 시작한 슈퍼플랫 사조는 이제 현대 예술의 한 축으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의 예술로 인해 사람들은 서브컬쳐를 순수예술로 즐기며 보다 평평하게 확장된 미술의 영역🎨을 누릴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오늘 살펴본 무라카미 다카시, 여러분은 그의 생각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편견을 벗어나 세상의 고착화된 기준에 물음을 던진 작가를 보면,
예술을 즐기는 방법에는 그 어떤 정답은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요약과 함께, 예술을 통해 여러분의 모든 취향을 즐기고 나누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아트레터 내용 요약 💌
1. 도쿄에서 다양한 예술을 접하며 자란 무라카미 다카시는 일본 만화의 매력에 빠져 유년기를 보냈어요.
2. 무라카미 다카시는 대학에서 일본 미술사와 그만이 펼쳐낼 수 있을 감수성은 무엇인가를 고민했어요.
3. 동서양, 전통과 현대와 같은 담론을 고민하던 무라카미는 2000년, 슈퍼플랫을 선언하며 예술의 위계를 없애고자 해요.
4. 무라카미 다카시는 슈퍼플랫 담론으로 일본 만화 및 애니메이션과 같은 하위 문화를 예술의 영역으로 넣었어요.
5. 그는 피규어 및 캐릭터와 같은 서브 컬쳐 문화로 현대 사회 속 상품화와 같은 문제의식을 고찰하고 자국 미술만의 독특한 감성을 알렸어요.
6. 무라카미 다카시는 캐릭터 '가이가이 키키'를 개발해, 예술작품을 굿즈화하여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7. 예술의 대중화적 시도는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도 이어져 고급문화와 하위문화 간의 간극을 좁혔어요.
8. 무라카미 다카시의 협업은 K-pop을 비롯한 현대음악계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9.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업은 현대 예술의 한 사조로서 많은 아티스트 및 대중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어요.
썸네일: Flowers Blossoming in This World and the Land of Nirvana, 2014, 57 x 57 cm, Edition of 300 ©Kaikai KiKi, LongandRyle.com
VOL.81 융합의 예술, 세계를 아우르다 : 무라카미 다카시
오늘의 아트 레터,
저급과 고급, 만화와 예술, 미술과 패 등 문화 간의 구분을 넘어 현대 미술의 경계를 확장한 선구자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 Murakami Takashi)입니다.
작품 앞의 무라카미 다카시. 출처 : VOGUE INDIA
팝하고 톡톡 튀는 원색의 작품,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를 현대미술로 접하는 건 이제 더 이상 흔치 않은 일이 아닙니다.
이 시작, 누구로부터 기인했을까요? 오늘 만나볼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는 소위 저급 문화라 불리던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현대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그 저변을 넓히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 미술의 다양성을 구축하는데 기여했답니다. 그의 작품은 일본 특유의 만화 스타일을 기반으로 기존의 미학에 반하는 외설적이고도 단순한 형태를 지녔는데요. 현대 예술을 대표하는 일본 태생의 작가는 국제적으로 일본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지명도를 지니고 지금도 활발히 예술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내가 시도하는 것은 단순히
나의 작품을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영역 내에서 소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이들에게서 어떠한 반응을 끌어내는 것에 나는 도전하는 것이다.”
-무라카미 다카시-
먼저 보고 들어가는 키워드 ✔
1. 구분 짓지 않는 예술↔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들의 공통점, 바로 만화적인 그림체에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 스타일은 작가가 발표한 하나의 사조로부터 출발하게 되었는데요.일본의 현대미술이 서구의 것을 답습한다고 보았던 그는 2000년, 일본 미술의 특색을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찾아냅니다. 일본 미술사만의 배색과 평면적 레이아웃이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진다는 ‘슈퍼 플랫SuperFlat’을 발표, 하위문화로 여겨지던 애니메이션, 만화와 같은 분야를 고급 미술 작품들과 융합하여 발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2. 가이가이키키(KAIKAI KIKI)🌺
해맑게 웃고 있는 꽃 모양의 캐릭터, 만화에서 본 듯한 그림체의 이 꽃은 작가를 몰라도 알 수 있는 대표적 상징물로서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미술 작품이에요. 작가는 이렇듯 다양한 캐릭터로 자신의 확장성을 더하고, 미술의 문턱을 낮췄죠. 미술관부터 스트리트 문화를 상징하는 길거리의 키링으로까지 일상 생활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예술품입니다.
3. 콜라보레이션💑
생각지 못했던 융합으로 세상에 충격을 전한 작가는 미술을 넘어 패션, 음악과 같은 문화 산업계와도 지속적인 교류를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루이비통의 러브콜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위블로, PORTER 등의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지속적인 에디션을 제작해 패션 아이템 속 예술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블랙핑크, 뉴진스와 같은 아티스트와도 세대를 넘어 협업을 진행하며 그만의 감각을 보여주고 있어요.
여기서 잠깐!! 👀
아트레터 구독자님들! 미술사조 중 '상징주의'를 알고 있나요? 멘탈이 나가면 우린 항상 뭉크의 '절규'를 떠올립니다. 이 그림은 인간이 얼마나 절망적이고, 정신이 붕괴될 때 어떤 표정이 보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죠. 하지만 우리는 '절규'라는 작품만 알고, 그 뒷이야기는 잘 모릅니다. 이 그림이 왜 나왔고, 어떻게 뭉크가 '상징주의'와 사랑에 빠졌는지. '상징주의' 도대체 무엇일까요?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와 작품도 궁금하지 않나요?
심지어 엄청난 할인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오타쿠 예술가, 무라카미 다카시.
1962년, 도쿄에서 태어난 무라카미는 어린 시절부터 서예와 전시회를 방문하며 자연스럽게 미술을 접하며 자라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미술관 속 정적인 작품들보다도 '은하철도999'와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매료되어 유년기를 보냈는데, 이 때 작가는 만화 업계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기도 할 정도로 서브 컬쳐에 흥미와 관심을 두었다고 합니다.
출처 : 銀河鉄道999, dアニメストア
이후 예술대학에서 일본화를 전공하게 되며, 무라카미는 미술의 일반적 개념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일본 미술만의 감수성🎨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서구 중심의 예술사를 배우며, 다양한 취향을 존중해야 할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존재하던 예술 내의 위계질서에 고뇌를 품었던 것이죠.
이에 작가는 도쿄예술대학 박사 과정 중, 서구권의 현대미술에 비해 하위 문화 취급을 받던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 사이의 위계 질서, 그 간극을 평평하게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이후 2000년 로스엔젤레스 미술관에서 전시를 담당한 작가는 일본 서브컬쳐 속 과거 전통 미술의 평면성이 계승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미술 문화간의 고저가 없이 평평하다는 ‘슈퍼플랫’(SuperFlat)론을 발표,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과거 일본의 목판화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배색과 평면성을 일본 애니메이션과 연결지은 작가의 담론은 만화를 주제로 한 피규어, 캐릭터, 톡톡 튀는 색감의 작품들로 표현되었어요.
출처 : Time Out/Michael Juliano
기존 서브 컬쳐에서 팬덤용으로 제작되던 오브제인 피규어, 만화 속 선과 색감을 이용한 캐릭터들이 정적인 품위를 갖춘 화이트큐브 미술관에서 관람객을 만나며, 기존에는 미술로 여겨지지 않았던 하위의 취향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한 것이죠. 무라카미는 만화 속 캐릭터 피규어를 실사 사이즈로 키워 전시장에 배치했고, 이러한 서브 컬쳐 문화로 대변되는 인물상에 숨겨진 성적 함의나 상품화, 강박관념과 같은 사회 담론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무라카미 피규어 전시장 전경, 출처 : 페로탕 갤러리
출처 : CNN
이러한 작가의 시도는 서브컬쳐를 통해 현대 사회의 모습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기존 미술의 틀을 깨며 자국의 문화를 서구권을 비롯한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품 세계관은 현대 예술에서 미술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에도 영향을 주었어요.
그리고 슈퍼플랫SuperFlat은, 서구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일본만의 예술, 하나의 사조이자 용어🍥로 자리매김하며 수많은 후배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전달하게 됩니다.
현대 미술이란 무엇인가?
마르셀 뒤샹으로 거슬러가면 그는 단지 존재하는 변기에 서명을 하고 이를 예술 작품이라 했다.
현대 미술은 이렇게 예술을 제조하는 방법에 대한 끊임없는 다른 시도들을 하고 있다.
- 무라카미 다카시 -
만화 속 피규어부터 캐릭터, 다양한 일본 서브 컬쳐 문화를 바탕으로 작품을 구성한 작가는 회화는 물론,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를 새긴 굿즈 등을 만들어내며 예술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의 범위도 보다 평평하게 넓히기🌐를 추구했습니다.
대표 캐릭터 ‘가이가이 키키’🌻는 괴괴기기(怪怪奇奇), 즉 기괴하다는 뜻을 가진 꽃 모양의 캐릭터로 다채로운 컬러와 어디에나 어울리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스트리트 문화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기도 하죠. 작가는 동명의 스튜디오를 세워 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답니다. 미술관에 걸린 대형 작품부터 티셔츠 속 캐릭터까지📶, 모두 그의 예술 작품으로 존재하는 것이죠.
출처 : 가이가이 키키 홈페이지
국내외 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이 캐릭터는 옷부터 악세사리, 키링까지 다양한 형태로 일상 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예술🎨적인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출처 : BTS 팬페이지 VH
예술의 확장을 더하다
경계를 넘어서는 그의 행보는 미술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과감한 행보🔊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융합되는 현대 사회에 새로운 귀감이 되었죠.
2002년, 세계적인 하이엔드 브랜드 루이비통의 수석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는 무라카미의 강렬한 색감과 기존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신선함에 감명을 받아 그에게 직접 러브콜을 보냅니다. 당시만 해도 패션계와 아티스트 간 협업은 흔하지 않은 편🔓이었어요. 무라카미 다카시는 루이비통의 기존 이미지를 살리기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할까에 집중했죠. 제의를 받아들인 작가는 장인정신을 대표하는 루이비통의 백에 일본의 키치하고 톡톡 튀는 색감의 만화적 그래픽을 더해 새로운 에디션을 탄생🔆시켰습니다.
Murakami Editon, 출처 : Louis Vuitton
기존 루이비통이 갖고 있던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귀여운 캐릭터를 만나 보다 젊고 힙한 이미지로 변신하게 되었고✨, 큰 호응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에 힘입어 작가는 장기 프로젝트로 루이비통과의 협업 라인을 제작하며 세대 간의 취향은 물론, 작품과 제품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작업으로 그는 미술계를 넘어 세계에 무라카미 다카시라는 이름을 널리 떨치게 됩니다.
타 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은 패션을 넘어, 음악🎼으로도 이어졌습니다.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까지 세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무라카미 다카시와 함께 뮤직비디오, 앨범 커버 및 조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의 협업을 진행하였어요. 무라카미 다카시에게 미술 분야 속 위계 질서가 없었듯,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 간에도 그 어떤 장벽이 존재하지 않았던 셈입니다.
KANYE WEST 'GRADUATION' 앨범 커버, 출처 : JUXTAPOZ MAGAZINE
빌리 아일리시 콜라보레이션, 출처 : GARAGE MAGAZINE/Models.com
이렇듯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며 무라카미는 더 넓은 범위의 대중들에게 쉽게 즐길 수 있는 예술🎇을 제공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월에는 k-pop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블랙핑크Blackpink와의 협업을 통해 캐릭터 판다카시(Pandakashi)를 발표하며 한국 팬들에게도 더욱 친숙한 예술가가 되었죠.
Pandakashi, 출처 : Artsy
한국 아티스트 블랙핑크Blackpink의 아이덴티티 컬러와 자신의 캐릭터 가이가이 키키를 융합해 만들어 낸 캐릭터 판다카시(Pandakashi).
관련 협업을 통해 두 아티스트의 팬들을 위한 다양한 굿즈 컬렉션 역시 발매되었고, 관련 컬렉션은 세계 최대 아트페어로도 꼽히는 아트 바젤의 마이애미 비치 전시에서 선보여지며 현대 예술의 경계는 무한함을 보이기도 했죠.
출처 : COMPLEX
출처 : KPOPMAP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젊은 아티스트들과 소통하는 작가는 뉴진스(Newjeans)의 캐릭터인 토끼를 모티브로 한 쿠키를 공개하는 등, 한국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세대를 넘어 소통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기도 했습니다.
출처 : 뉴진스 인스타그램
고상한 미술관에 만화 캐릭터를 들여놓고, 미술의 확장이란 이름 아래 여러 분야와 협업을 펼치는 등. 혁신적인 행보임에도 미술가라기에는 너무나 톡톡 튀는 그의 작업활동은 이야깃거리를 낳기도 했답니다, 뭇 사람들은 지나친 상업성에 대한 조롱🎭을 던지기도 했죠. 이를 두고 작가는 그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일은 위험해 보입니다.
사람들이 온갖 돌을 던질 테니까요.
하지만 괜찮아요.
내겐 튼튼한 모자(hard hat)가 준비돼 있습니다."
FLAT, 플랫.
평면화되어 있다는 단어를 통해 작가는 소위 말하는 저급한 서브 컬쳐를 고급 미술 시장에 출품해 반대되는 예술에 동등한 자격을 부여했습니다. 저게 어떻게 예술이냐는 비난도 있었지만 그가 시작한 슈퍼플랫 사조는 이제 현대 예술의 한 축으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의 예술로 인해 사람들은 서브컬쳐를 순수예술로 즐기며 보다 평평하게 확장된 미술의 영역🎨을 누릴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오늘 살펴본 무라카미 다카시, 여러분은 그의 생각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편견을 벗어나 세상의 고착화된 기준에 물음을 던진 작가를 보면,
예술을 즐기는 방법에는 그 어떤 정답은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요약과 함께, 예술을 통해 여러분의 모든 취향을 즐기고 나누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아트레터 내용 요약 💌
1. 도쿄에서 다양한 예술을 접하며 자란 무라카미 다카시는 일본 만화의 매력에 빠져 유년기를 보냈어요.
2. 무라카미 다카시는 대학에서 일본 미술사와 그만이 펼쳐낼 수 있을 감수성은 무엇인가를 고민했어요.
3. 동서양, 전통과 현대와 같은 담론을 고민하던 무라카미는 2000년, 슈퍼플랫을 선언하며 예술의 위계를 없애고자 해요.
4. 무라카미 다카시는 슈퍼플랫 담론으로 일본 만화 및 애니메이션과 같은 하위 문화를 예술의 영역으로 넣었어요.
5. 그는 피규어 및 캐릭터와 같은 서브 컬쳐 문화로 현대 사회 속 상품화와 같은 문제의식을 고찰하고 자국 미술만의 독특한 감성을 알렸어요.
6. 무라카미 다카시는 캐릭터 '가이가이 키키'를 개발해, 예술작품을 굿즈화하여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7. 예술의 대중화적 시도는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도 이어져 고급문화와 하위문화 간의 간극을 좁혔어요.
8. 무라카미 다카시의 협업은 K-pop을 비롯한 현대음악계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9.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업은 현대 예술의 한 사조로서 많은 아티스트 및 대중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