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7 비오는 날 준비해본 아트&뮤직 페어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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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출처 : National Gallery of London



vol.27 비 오는 날 준비해본 아트&뮤직 페어링 🥂

: 오늘은 비가 오네요!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그림과 음악의 다발들 ☂️


출처 : Artsy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번 주도 어김없이 아트아트 레터가 돌아왔습니다 👀. 날이 무척이나 후텁지근한 요즘인데요. 이번 주는 주말까지 흐림과 비 소식이 있으니 우산 꼭, 챙기시길 바라요 ☔️.


지난 주까지는 눈으로 읽고, 머리로 곱씹는 유익한 컨텐츠를 선보였는데요. 이번 주는 봄에도 한 차례 선보인 바 있는 ‘있는 그대로를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선보이려고 해요! 이름하야 아트&뮤직 페어링(Art & Music Pairing)입니다 🥂.


개인적으로 음식과 술을 함께 곁들이는 걸 즐기는 편인데 요즘 흔히 음식과 술의 조합을 두고 페어링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더라고요. 그리고 행복한 페어링을 찾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고요 🥰! 예술도 이와 다를 바 없이 있는 그대로를 즐기며 일상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데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림과 음악을 페어링할 수 있는 컨텐츠를 준비해보았어요. 마치 마티스가 설명한 예술의 정의와 어느정도 부합하죠🤔?


* 앙리 마티스 “예술은 편히 즐길 수 있는 안락의자와 같아야 한다.”


서론이 조금 길었는데요. 이번 주 초여름에 앞서 찾아온 우기에 맞는 적절한 아트&뮤직 페어링 5개 정도를 선보이고자 합니다. 그림 혹은 작가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곁들여 볼게요. 그럼 양껏 즐겨주세요!💙



고요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내려앉은 블루(Blue).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와 올라퍼 아르날즈(Olafur Arnalds) 그리고 이루마(Yiruma).


<Baigneurs a Asnieres>, 출처 : National Gallery of London


랑스의 인상주의(Impressionism)을 대표하는 또 한 명의 작가 조르주 쇠라 (Georges Seurat)<아스니르에서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입니다. 보시다시피 그림은 보편적으로 물감을 칠하는 방식이 아닌 점(Dot)으로 표현하는 점묘법(Pointillism)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요. 네, 쇠라는 점묘법으로 대표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점묘법은 말 그대로 점을 통해 형태와 색감을 창작하는 방식을 말하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김환기 작가 또한 점묘법으로 알려진 작가입니다.


저 멀리 공장지대가 보이시나요? 위 그림은 보시다시피 공업 지대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쇠라는 같은 인상주의더라도 부르주아적 현장을 주로 다뤘던 여타 작가들과는 상반되는 현장을 그려냈죠. 그림을 보셨을 때 저 인물들은 어떤 사람들로 보이시나요? 더벅머리에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옷차림새, 공장 근처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아마도 근대시대에서 서민들을 대변하는 노동자 계층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분명 한 공간에 있지만 서로 대화하지 않으며 고립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쇠라는 과연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일까요? 이제 제 설명을 걷어내고 여러분만의 해석을 곁들여 보실 차례입니다.


쇠라의 작품과 함께 페어링할 곡은 우리나라의 자랑, 이루마(Yiruma)올라퍼 아르날즈(Olafur Arnalds) 가 함께 작업한 <We Contain Multitudes - piano reworks> 입니다. 올라퍼 아르날즈만의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멜로디와 이루마의 감성적인 촉촉함이 곁들여진 곡이 그림을 더욱 평화롭게 만들어줄 거에요.



Olafur Arnalds - We Contain Multitudes - piano works





현실을 떠나 잠시 몽환의 세상으로.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와 알라스칸 테잎스(Alaskan Tapes).


<Empire of Light>, 출처 : Guggenheim Museum


초현실주의를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빛의 제국>이라는 작품입니다. 한낮처럼 너무나도 맑은 하늘과 한밤의 어둠이 내려앉은 지상은 어딘지 모를 부조화와 함께 무거운 메시지를 주는 듯 보이죠. 마그리트가 주로 사용한 기법은 데페이즈망(Depaysement)이라는 기법으로 이는 '추방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조금 쉽게 설명하면 특정한 사물을 엉뚱한 위치에 둠으로써 감상자에게 충격을 주는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과 함께 곁들이실 음악은 알라스칸 테잎스(Alaskan Tapes)의 <Everything, Everywhere>입니다. 그의 몽환적인 선율이 돋보이는 아래 곡은 마그리트의 작품을 더욱 짙은 몽환의 세계로 인도하게 될 거예요. 잠시 현실은 잊고, 몽환의 세계로 의식을 맡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초현실주의(Surrealism) :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의 표현을 지향하는 20세기의 문학·예술사조입니다.

*데페이즈망(Depaysement) : 초현실주의에서 쓰이는 말로, 일상적인 관계에서 사물을 추방하여 이상한 관계에 두는 것을 뜻합니다. 있어서는 안 될 곳에 물건이 있는 표현을 의미하죠.


Alaskan Tapes - Everything, Everywhere



이유있는 물방울 처럼.

김환기와 도미니크 샤르팡디에(Dominique Charpentier).


출처 : <9-Xll-72>, 출처 : 환기재단, 환기미술관


이번에는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김환기 작가의 <9-XII-72>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마치 빗물 방울이 촘촘히 떨어진 것 같이 보이는 이 작품 또한 김환기 작가의 전면점화가 돋보이는 작품이죠. 지난 레터를 통해 그의 역사를 각 도시별로 나눠 설명드린 적이 있는데 위 작품은 그의 인생 중 가장 고독하면서도 혼신의 힘을 기울인 맨해튼 시절에 그린 작품입니다.


한땀 한땀 점을 그려가며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동료를 그리고,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며 자신의 예술이, 대한민국의 예술이 전세계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절이기도 한데요. 이런 작품은 그림 자체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그림이 만들어진 환경과 맥락을 알면 더욱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한 것 같아요.


고독하지만 자신의 뜻을 관철하며 꿋꿋이 예술혼을 불태워 나아간 작가의 삶의 태도를 빗대어보아 도미니크 샤르팡디에(Domonique Charpentier)<Vignette>를 추천드려요. 어딘지 모르게 위태롭지만 서정적으로 무심히 흘러가는 멜로디는 김환기 작가의 마지막 시대를 극적으로 표현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Dominique Charpentier - Vignette (Piano)




우리의 하루는 온전한 우리의 것.

마크 로스코(Mark Rothko)와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


<Untitled>, 출처 : Guggenheim Museum


지난 레터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미국을 대표하는 추상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해 유대인으로서의 차별을 극복하고 미국에서 제일가는 예술가로 거듭난 인물인데요. 특히 여러 시행착오와 사유, 고난 끝에 닿은 그만의 화풍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습니다. 압도적인 큰 캔버스에 옅은 물감을 덧칠하여 완성된 색감 덩어리들. 저게 뭐라고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지. 그것이 바로 예술이 지닌 무형의 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크 로스코의 색채 추상에는 별다른 의미가 부여되지 않습니다. 로스코의 그림만이 존재할 뿐 이에 대한 의미와 해석은 온전히 관람자의 몫입니다. 그것이 로스코가 생각하는 예술의 본질적 기능이었고, 이로 하여금 관람자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 그가 지향하는 목표였습니다. 위 작품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 작품과 함께 곁들일 음악은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난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20211201>이라는 곡입니다. 병마와 싸우던 시절, 일기처럼 써 내려간 곡으로 엮어낸 앨범에 수록된 곡 중 하나입니다. 이 곡 또한 로스코의 작품처럼 류이치 사카모토의 감정을 추상적으로 담은 스케치일 뿐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이 곡을 통해 이는 감정과 메시지는 온전히 청취자의 몫입니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보면 로스코나 류이치 사카모토는 우리에게 정말 많은 선물을 주고 떠난 예술가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심을 담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yuichi Sakamoto - 20211201




때로는 비 오는 날도 좋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와 마룬 파이브(Maroon 5).


<Rain>, 출처 :  Museo Reina Sofia


너무 무겁게 분위기를 이끌어간 것 같아 마지막 페어링은 조금 가볍게 즐길 수 있을 만한 작품과 곡으로 준비해봤어요. 캘리포니아의 감성을 사랑한 영국의 토탈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비>라는 작품이에요.


1964년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인근으로 거처를 옮기며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 호크니.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과 자유로움이 가득한 도시에 매료되어 세상을 묘사하는 방식에 대한 고찰을 이어가죠. 이 시기는 유리가 가진 투명성과 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하는 물이라는 소재의 특성을 어떻게 묘사할 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아트아트 인스타그램을 통해 호크니가 '물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다룬 적도 있었죠. <비>작품 또한 날씨 시리즈 중 하나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비가 내리는 날은 우울감으로 묘사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옷이 젖는 걸 허용한다면 여느 때 만끽할 수 없는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경쾌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날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 상상 속 리듬을 더듬어보며 마룬 파이브(Maroon 5)<She Will Be Loved(Acoustic)>을 추천드리고자 합니다.



Maroon 5 - She Will Be Loved (Acoustic)




지금까지 ‘비’를 소재로 다채로운 감정을 자아낼 수 있도록 그림과 음악을 배치해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많은 예술가들이 말했듯이 예술은 독단적인 것이 아닌 다채로운 조화를 이룰 때 더 큰 의미를 가져온다는 말에 부응할만 했나요? 비록 적은 수의 페어링이지만 하나의 페어링 쯤은 곱씹어보시며 오늘 하루도 온전히 즐기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다음에는 더욱 즐겁고, 알찬 컨텐츠로 찾아올게요. 그럼 안녕!


오늘 레터 어땠나요? 댓글에 피드백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혹은 자세히 다뤄주었으면 좋겠는 예술가나 예술적 사건을 추천해주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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