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11 자유를 노래하는 저항예술가 | artist

ARTLETTER | artist

Editor. Park Jung-min


VOL.111 자유를 노래하는 저항예술가


Guernica, oil on canvas by Pablo Picasso, 1937; in the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ía, Madrid.

이번 레터에서는 억압과 권력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동시대 예술가들을 소개합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창조적인 방식으로 세상에 저항하는 이들을 '저항예술'로 지칭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탄압, 사회적 불평등, 전쟁, 인권 등의 현재 진행 중인 뜨거운 이슈들을 작품의 주요 문제의식으로 작업을 전개합니다.


여기서 잠깐!! 👀 

아트레터 구독자님들! '초현실주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초현실주의란 1920년대 프랑스에서 일어난 예술 운동으로, 초현실적이고 이성의 굴레에서 벗어난 세계를 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초현실주의는 그 뿌리가 다다이즘에 기반을 두고 있다보니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혼재된 양상을 보였죠. 초현실주의 1편에 이어 2편으로 더욱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알아볼까요?


먼저 보고 들어가는 키워드 ✔ 


1.  아이 웨이웨이, 자유와 저항의 상징 

중국 출신의 아이 웨이웨이는 독재 체제와 인권 침해에 맞서, 예술을 무기 삼아 목소리를 냅니다. 그의 작품은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비판하며,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옹호합니다. 웨이웨이는 예술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저항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2. 뱅크시, 파괴는 새로운 창조의 시작

얼굴 없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는 예술과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해 상업화된 미술 시장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펼칩니다. 그의 대표작 ‘사랑은 쓰레기통에 있다’는 파괴적 퍼포먼스를 통해 예술계에 충격을 주었으며, 이를 통해 예술의 상업성과 그 본질을 재고하게 만듭니다.


3. 시린 네샤트, 여성과 자유를 위한 항의

시린 네샤트는 이란 혁명 이후 이슬람 여성들이 겪는 억압을 예술로 표현합니다. 그의 작업은 페르시아어로 쓰인 시와 이미지를 결합해 여성의 자유, 종교적 억압, 정치적 저항을 주제로 한 강렬한 시각적 언어를 구축하며, 이슬람 세계의 여성 문제를 국제적으로 알립니다.

표현의 자유에 타협은 없다

아이 웨이웨이 Ai Weiwei (중국, 1957)

Photography Morgan Sinclair, courtesy of Avant Arte

아이 웨이웨이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가, 건축가, 다큐멘터리 감독입니다. 인권 운동가로도 유명하죠. 주로 자국인 중국 공산당의 억압에 저항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작가는 정치적인 입장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타협 없이 파격적인 방식으로 정부에 대항합니다.

Ai Weiwei, Study of Perspective, Tiananmen, 1995-2010

© 2024 The Museum of Modern Art

작가는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원근법 연구 Study of Perspective’라는 프로젝트를 합니다.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전 세계의 명소, 랜드마크 혹은 어딘지 모를 곳에서 중지를 올리고 찍은 사진이에요. 시리즈의 첫 번째는 1995년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이후 미국 백악관, 파리의 에펠탑, 독일 의회 등으로 점차 확대됩니다. 작가는 이 시리즈를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집니다.


Ai Weiwei, Illumination, 2014, Image courtesy Ai Weiwei studio © Ai Weiwei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발생 사망자 수를 당국이 은폐했다는 의혹을 품고 웨이웨이는 조사단과 활동합니다. 체제에 반기를 드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리 없는 당국은 작가를 연행해 가죠. 연행당하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아이 웨이웨이는 자기 모습을 기록해 인스타그램에 올려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사진의 제목은 <조명 Illumination>입니다.


Chinese artist Ai Weiwei holds some seeds from his Unilever Installation, Sunflower Seeds, at The Tate Modern on October 11, 2010, in London [Peter Macdiarmid/Getty Images]

2010년 영국 테이트모던 터빈 홀에 1억 개의 해바라기 씨앗들이 설치됩니다. 도자기로 만들어진 각각의 씨앗은 수작업으로 제작됐어요. 도자기로 유명한 중국 징도전의 작업장에서 전문가들이 직접 조각했다고 합니다. 제작 기간은 2년 반이 걸렸습니다. 공장에서 뽑아낸 천편일률적인 제품이 아닌 수백 명의 손길이 담긴 각기 다른 씨앗들이죠.

해바라기 씨앗은 중국 공산당의 정치 선동에서 중요한 소재였습니다. 마우쩌둥은 자신을 태양으로, 국민을 해바라기 속 씨앗으로 표현하곤 했어요.

작품은 중국의 전체와 개인의 관계, 대량생산, 표현의 자유 등 다양한 이슈를 끌어냅니다.

Ai Weiwei, The Unilever Series: Ai Weiwei: Sunflower Seeds, 2010


“예술은 언제나 이긴다. 무슨일이 내게 벌어지든 예술은 살아남을 것이다”
-아이 웨이웨이

반전(反戰)의 예술 테러리스트

뱅크시 Banksy (영국)

Banksy ,Flower Thrower , 2002, 사진- Public Delivery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그래피티 아티스트 하면 누가 떠오르나요? 여러 사람이 있겠지만, 아마도.. 얼굴 없는 거리 화가 뱅크시 아닐까요? 평화주의자이자 반전주의자인 뱅크시는 벽화를 통해 여러 사회문제를 풍자해 왔어요. 그는 폭력, 혐오의 세력을 평화, 생명을 상징하는 것들과 같이 연결해 매시지 증폭합니다. 예를 들어, 꽃다발을 던지려는 테러리스트를 표현한 위 그림처럼요.


 Banksy, Girl and Heart Balloon, By Dominic Robinson from Bristol,2002

뱅크시는 2018년 예술시장의 상업화를 풍자하는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어요. 그의 주요 작업 중 하나인 ‘풍선을 든 소녀’는 2002년 런던의 한 거리에 그린 벽화로 뱅크시의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2017년 삼성의 여론조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 1위로 뽑히기도 했어요. 소녀 그림은 난민, 전쟁 등 여러 캠페인 지원을 위해 사용됩니다.

Banksy's renamed Girl Without Balloon (2021) at the 2023 exhibition Love in Paradise- Banksy and Keith Haring at Paradise Art Space, Incheon © YNA

2018년 10월 5일, 런던의 소더비 경매에서 ‘풍선을 든 소녀’ 벽화의 판화가 생중계로 약 17억 원에 낙찰됩니다. 그런데 경매사가 경매봉을 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판화가 액자 아래로 미끄러지면서 몰래 설치된 비밀 분쇄기가 작동되어 작품의 반이 파쇄됩니다. 경매장의 사람들은 모두 당황하며 탄성을 내질렀어요. (뱅크시는 작품을 완전히 분쇄할 의도였다고 합니다.)

작품은 파쇄 후 작가의 스튜디오 ‘페스트 컨트롤 Pest Control’에 의해 ‘사랑은 쓰레기통에 있다. Love is in the Bin’ 라는 이름으로 변경됩니다. 2021년 ‘사랑은 쓰레기통에’는 원래 낙찰가를 훨씬 뛰어넘는 약 320억 원으로 소더비에서 낙찰되고 ‘풍선 없는 소녀 Girl Without Balloon’라는 이름으로 또 한 번 바뀝니다.

과연 미술계를 골탕 먹이려던 뱅크시의 의도가 제대로 먹힌 걸까요?


“파괴 충동은 창조적인 충동이다.”
-뱅크시

이슬람 여성의 외침

시린 네샤트 Shirin Neshat (이란, 1957)

Shirin Neshat, Rebellious Silence from 'Women of Allah', 1994

시린 네샤트는 뉴욕에 거주하는 이란 출신 비주얼아티스트 입니다. 주로 사진, 비디오, 영화로 여성과 이슬람의 종교적, 문화적 가치와 계급의 관계를 탐구합니다.

Shirin Neshat, Faceless, Women of Allah series, 1994, ink and black and white print on RC paper © Shirin Neshat

Shirin Neshat – Allegiance with Wakefulness, 1994

네샤트의 초기작 중 하나인 ‘알라의 여자들 Women of Allah (1993–97)’은 이란혁명 이후, 고국의 여성에 대한 종교적 탄압과 급진적인 여성 개념을 탐구한 작업입니다.

베일을 쓴 여성들이 등장하는 흑백사진으로, 신체에는 이란어로 글을 적어놓고 무기를 들고 있습니다. 캘리그라피는 순교, 망명, 여성성에 관한 시를 페르시아어로 적은 것입니다.

Shirin Neshat, Women Without Men, 2010, 1h35m, drama

네샤트는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녀는 데뷔작 ‘남자 없는 여자들 Women Without Men’로 제66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인 은사장을 수상했어요.

영화는 작가 샤흐르누시 파르시푸르 Shahrnush Parsipur의 1989년 마법적 사실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1953년 미국 CIA의 지원으로 일어난 쿠데타를 배경으로 하며 서로 다른 사회적 배경을 가진 네 명의 여성의 이야기를 엮어가며, 당시의 억압적인 사회 규범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으려는 과정을 그립니다. 시각적으로 시적이며, 억압, 정체성, 저항의 주제를 탐구합니다.


"제 나라는 특히 이슬람 혁명 이후로 기본 인권을 훼손했습니다. 저는 폭정, 독재, 억압, 정치적 불의에 관한 예술을 만드는 데 끌렸습니다. 저 자신을 활동가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제 예술은 그 본질과 상관없이 항의의 표현이며 인류에 대한 외침이라고 믿습니다."
-시린 네샤트, 가디언즈,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