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22 장면의 결을 만드는 미술 감독, 류성희 |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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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22 장면의 결을 만드는 미술 감독, 류성희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넷플릭스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netflixkr).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우리는 보통 배우의 연기나 스토리에 감탄합니다. 하지만 그 장면이 더욱 생생하고 몰입감 있게 다가오는 데는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있죠. 세트, 소품, 색감, 공간의 질감까지.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작품의 분위기를 완성합니다.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시대를 생생히 보여주는 세트와 디테일이 살아 있는 소품,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새롭게 다가오는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죠. 이 모든 것에는 류성희 미술 감독의 손길이 닿아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930년대부터 ‘미술 감독(Production Designer)’ 개념이 자리 잡았지만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낯선 개념이었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류성희 감독은 2000년대 한국 영화계에 ‘프로덕션 디자이너’라는 개념을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홍익대학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대학원을 마친 그녀는 영화 미술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했고, 1995년 본격적인 공부를 위해 미국 영화 연구소(AFI)로 떠났습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펼쳤죠.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괴물>, <박쥐>, <마더> 등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걸작들 속에는 늘 류성희 감독의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분석하고 작업하며 이야기를 완성하는 장면을 만들어냈죠. 박찬욱 감독은 류성희 감독을 “한국 영화계의 결정적인 사건 같은 인물”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배경을 만드는 것을 넘어 영화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공간 속에 녹여 관객이 무의식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 바로 그게 류성희 감독의 힘인데요. 오늘 레터에서는 그녀가 만들어낸 대표작들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본문에 활용된 인스타그램 기반의 이미지와 인터뷰는 출처를 클릭하면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품의 수상 내역에는 류성희 감독의 수상 내역만 기재되어 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 2025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넷플릭스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netflixkr).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넷플릭스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netflixkr).


오늘부로 마지막 4막이 공개된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 제주도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국적 정서가 깊이 배어 있는 작품입니다. 김원석 감독과 임상춘 작가가 합심해 만들어낸 드라마로 아이유, 문소리, 박보검, 박해준 등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며 몰입도를 더욱 끌어올렸죠. 이 외에도 <폭싹 속았수다>는 섬세한 세트 디자인과 소품들이 화면에 깊이를 더하며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극 중 관식이 타는 배, 애순과 광례가 걷는 부두, 유채꽃밭, 폭풍이 몰아치는 어촌 마을까지. 시대적 디테일이 살아 있는 공간들은 작품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요. 그 중심에는 류성희 미술 감독이 있죠.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비하인드컷, ©아이유 인스타그램(@dlwlrma).


문학소녀 애순(아이유)이 학창 시절 양배추를 팔 때 들고 있던 책은 ‘창작과비평’ 창간호입니다. 1966년 창간된 문예 계간지로 그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소품이죠. 또 다른 장면에서는 유치환 시인의 시집 <청마시초>가 등장하는데요. 표지에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이라는 손 글씨가 적혀 있습니다. 책 한 권에도 캐릭터의 내면과 시대상을 녹여낸 미술팀과 소품팀의 세심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이죠. 가정집 인테리어부터 생활 소품 하나까지, 공간에 깃든 디테일 덕분에 <폭싹 속았수다>는 더욱 현실감 있고 깊이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세트 디자인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세트 디자인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세트 디자인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세트 디자인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마스크걸>, 2023


드라마 <마스크걸> 스틸컷, ©넷플릭스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netflixkr).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를 쓰고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며 겪는 예기치 않은 사건과 그녀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김용훈 감독은 김모미가 방송에서 쓰는 마스크가 배우 나나의 얼굴을 본떠 만들어졌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류성희 감독이 제안한 아이디어로, 모미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덕분에 성형 후 김모미가 나나의 모습으로 보이는 과정이 더욱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완성되었죠.


드라마 <마스크걸> 김경자의 산장,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드라마 <마스크걸> 김경자의 산장,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한편, 김경자의 산장은 또 다른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어른들을 위한 기이한 우화 같으면서도, 경자가 마지막으로 가진 에너지를 담아낸 공간이길 바랐다’며 작업 의도를 밝혔습니다.

드라마 <마스크걸> 6, 7부에 나오는 교도소 내부 사진,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드라마 <마스크걸> 교도소 운동장 세트 사진,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드라마 <마스크걸> 교도소 운동장 세트 현장 작업 사진,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작은 아씨들>, 2022
- 2023년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예술상


©드라마 <작은 아씨들> 포스터.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끈끈한 우애로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맞서며 각자의 방식으로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 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정서경 작가와 류성희 미술 감독이 다시 한번 손을 잡아 더욱 주목받았죠. 특히, 정서경 작가에게는 <마더> 이후 두 번째 드라마 집필작, 류성희 감독에게는 첫 드라마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데요. 정서경 작가는 시나리오 6부까지 완성된 시점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류성희 감독에게 연락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협업으로 드라마 속 강렬하고 독창적인 비주얼이 탄생하게 됩니다.


Q. <작은 아씨들>은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퀄리티 높고 호화로운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평이 이어졌다.

A. 나는 드라마가 처음이었다. 영화는 티켓값을 지불한 관객들이 보기 때문에 표현 방식과 수위에 대한 허용이 높지만, 드라마는 어쩌다 보는 시청자도 많기 때문에 취향을 너무 드러내기보단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게 도전이었다. CP님도 영화와 드라마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걱정이 있으셨는데, 전체 톤앤매너와 개별 캐릭터에 대한 계획, 공간 분석 PT를 해서 보여드리자 “감동받았다”고 따듯한 문자가 와서 뿌듯했다. 드라마에서 흔히 보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가지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잘 받아들여 주시더라. 그만큼 보는 이들의 안목이 높아진 거겠지. (웃음)
2022년 11월, 코스모폴리탄 인터뷰 中


드라마 <작은 아씨들> 속 화영 집 벽지,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드라마 <작은 아씨들> 속 재상∙상아집 세트장,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작은 아씨들> 재상∙상아 집 세트. 제1 거실. 17세기 조선의 왕실 화가였던 이 징의 <니금산수화>를 언젠가 꼭 활용하고 싶었어요. 니금 산수화는 검정 비단 위에 금박 가루와 아교를 섞어 안료로 사용하는 방식인데, 작품과 재료의 화려함으로 보아 당시 궁궐의 장식화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려함과 고급스러움, 여백으로 인한 간결함과 복잡함, 위용과 구도의 안정감. 서로 상이한 두 개의 성질이 절묘하게 한 화면에 공존’하며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저희는 이 작품을 복원하듯 그려내고 프린트한 뒤 그 위에 현승조 작가님이 컬러로 채색을 더 하여 현대의 건축안에 어울릴 수 있게 하고 싶었는데 시간에 쫓기다 보니 조금은 미완성인 채로 마무리되었네요.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 中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푸른 난초 최종 후보 디자인 시안 중 일부,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Q. 상아의 집, 푸른 난초, 자매들의 집, 화영의 집 등 한국의 공간이면서 동화 속 공간 같은 묘한 환상성이 있는데, 이 작품은 미술로서 어떻게 구현하려 했나?

A. 바로 그 지점이 중요했다. 현실과 환상 사이의 밸런스를 잡는 것. 난초 나무 같은 건 환상 문학에 가까운데, 작가님의 고유한 세계를 보여주면서도 시청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해야 했다. 그 조율을 통해 디자인된 푸른 난초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 얼굴이 보인다. 하지만 그걸 극단적으로 찍진 않았다. 멀리서 보면 그냥 예쁜 푸른 난초처럼 보이도록. 이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미술적 주제이기도 하다. 멀리서 봤을 때는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어두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아’(엄지원)의 집은 그의 연극적인 성격에 따라 정교하게 꾸며진 연극 세트처럼 구현하려고 했다. ‘혜석’(김미숙)의 집은 옛날 멋쟁이가 사는 모던한 집으로 만들었다. 할머니 집이라고 다 자개장이 있는 건 아닐 테니, 멋을 아는 부자의 느낌으로 차별화했다. ‘화영’(추자현)의 집과 닫힌 방의 벽지는 같은 벽지고, 카펫도 같은 푸른색을 써서 서사의 연결성을 줬다.
2022년 11월, 코스모폴리탄 인터뷰 中


<헤어질 결심>, 2022
- 2023년 제16회 아시아 필름 어워즈, 미술상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11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아가씨> 이후 6년 만의 신작으로, 산에서 발생한 변사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나며 의심과 끌림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야기를 그려내죠. <헤어질 결심>은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으며, 박찬욱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겨주었습니다. <헤어질 결심>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영화 전반에 흐르는 푸른 색감입니다. 파도는 중요한 모티프로 등장하며 산과 바다가 맞닿은 서래(탕웨이)의 집 벽지도 깊은 여운을 남기죠. 류성희 감독은 이 색감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Q. 캐릭터의 사연과 감정을 염두에 둔 채 작업에 녹여내는 것으로 안다. 시나리오를 읽고 서래(탕웨이)나 해준(박해일)의 감정에서 떠오른 키워드가 있나.

A. (중략) 두 사람이 언어적으로 대화하기보다 서로 음성을 녹음해 듣는 것이 굉장히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산, 바다, 파도를 떠올렸다. 목소리와 파도는 모두 파장, 파동을 갖고 있고 그게 상대한테 전달이 되지 않나. 목소리가 갖는 울림과 진동이 파도로 이어져, 사랑한다 말은 못 해도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어떤 파장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2022년 7월, 씨네21 인터뷰 中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Q. 서래와 해준의 집 인테리어도 이런 키워드를 반영한 것인가.

A. 목소리, 산, 바다, 파도라는 키워드의 연장에서 서래의 집은 키워드를 그대로 상징화한 흐르는 듯한 푸른 벽지가 나온다. 파도 같은 형태를 띠지만, 또 멀리서 봤을 땐 산들의 능선 같은. 그래서 색감도 초록이면서 파랑 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 한편 서래의 집 안에서도 거실은 (죽은 남편인) 기도수(유승목)의 공간이다. 거실은 어두운 나무 톤으로 만들었다. 기도수가 음악 애호가이지 않나. 조사해 보니 음악 애호가들은 집안에 스피커와 방음장치를 설치해 음악을 스튜디오처럼 진동시켜 듣더라. 음악의 음파도 파동의 연장일 수 있고. 거실의 나무로 된 울룩불룩한 것들이 실은 문양이 아니라 거대한 스피커다. 기도수는 자기 세계를 완고하게 구축하고 있고, 음악을 들으려 문을 닫으면 서래는 단절된다. 그가 죽자 서래는 문을 열고 그 거실을 온전히 점령한다. 반면 해준의 집은 직선적이고 규격화된 느낌이다. 해준은 굉장히 반듯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자기가 정해놓은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해준이 와이프 정안(이정현)과 함께 사는 이포의 집은 열려 있는 느낌의 밝은 공간으로 그렸고, 벽지가 따로 없고 단일한 색채를 보여준다.
2022년 7월, 씨네21 인터뷰 中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가. 특히 ‘헤어질 결심’의 산 같기도 하고 파도 같기도 한 무늬의 벽지는 한 폭의 그림 같은데 어느 명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인가.

A. 예전에는 프랜시스 베이컨, 키리코, 마그리트 등의 명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책에서, 특히 동아시아 철학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틱낫한 스님이 한 말 ‘파도가 곧 바다인 것을 알게 될 때’가 특히 와 닿았다. (인간 개인은 파도로서 변화무쌍한 삶과 죽음을 겪지만 결국 다른 파도와 함께 근원적인 거대한 바다를 이루고 있다는 뜻) 불교에서 우주는 정신적 구조물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의 우주는 자기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자의 우주도 다르다. 이런 세계관이 영화와 잘 맞는 것 같았다.
2023년 6월, 중앙일보 인터뷰 中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영화에 나오는 산해경 디자인. 상상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완전히 새로 디자인된 이미지입니다. 산에서 바다로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소품 노트가 더 길어질 수 있었다면 조금만 더 길게 완성하고 싶었어요. 전 바다도 좋고 산도 좋아서 결국 이런 게 나와 버렸네요.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 中


영화 <헤어질 결심> 속 해준 집의 사진 벽,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헤어질 결심> 해준 집의 사진벽입니다. 미해결된 사건의 실마리가 되어줄 사진들을 가득 붙여놓고 잠 못 드는 해준 캐릭터를 보여주는 설정이에요.
잠깐 나오는 부분이라도 미술팀 디자이너들과 큰 그림과 색 계획을 세우고 배우들과 소품팀과 하나하나 설정하여 찍은 소품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방대하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 中


영화 <헤어질 결심> 속 해준 집에 사용된 벽지,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영화 <헤어질 결심> 속 계단 앱 UIUX 디자인,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영화 <헤어질 결심> 속 원자력발전소 내부의 원자력회로 그래픽디자인,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아가씨>, 2016
- 2016년 제69회 칸 영화제, 기술상(벌칸상)
- 2016년 제25회 부일영화상, 미술상
- 2016년 제37회 청룡영화상, 미술상
- 2016년 제41회 LA비평가협회상, 미술상
- 2017년 제11회 아시아 필름 어워즈, 미술상


©영화 <아가씨> 스틸컷.


영화 <아가씨>는 1930년대 한∙일을 배경으로 큰 재산을 상속받은 귀족 아가씨와 그녀의 재산을 노리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감각적인 연출과 독창적인 미장센으로 큰 호평을 받았죠. 제69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고, 류성희 미술 감독은 벌칸상을 받으며 예술성을 인정받았습니다.


Q. 영화 <아가씨>의 제작 배경이 궁금합니다.

A. 영화 <올드보이>를 맡아 진행했을 때처럼 <아가씨>는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이에요. 많은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거라는 설렘이 있는 한편 위험한 매력을 느끼기도 했죠. 이전에 했던 <암살>이나 <국제시장>은 시대를 재현하는 것, 이를 장르화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어요. 반면 <아가씨>는 시대적 재현을 넘어서 당시의 정서적, 심리적 상황을 캐릭터와 공간 안에 내면화하고 시각화하는 작업이 중요했죠.
2016년 7월, Design+ 인터뷰 中


©영화 <아가씨> 스틸컷.

©영화 <아가씨> 스틸컷.


칸 영화제는 매년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영화제입니다. 그중 벌칸상은 칸 영화제에서 촬영, 편집, 미술, 음향 등 기술적 성취를 이룬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특별한 상입니다. 2016년, 류성희 미술감독은 이 상을 받으며 그녀의 섬세한 공간 연출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죠.


Q. 영화 <아가씨>로 한국인 최초로 칸 영화제 벌칸상을 수상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상이라고 했는데, 수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벌칸상은 1951년부터 칸 영화제에서 테크니컬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팀에게 주는 상이에요. 장뤼크 고다르의 영화를 찍은 전설의 촬영감독 라울 쿠타르,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촬영감독 스벤 닉비스트 등 대부분 비주얼적 성취를 이룬 촬영감독들이 이 상을 받았고 2000년에 존경하는 장숙평 미술감독이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로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과 함께 이 상을 받았죠. 영화를 꿈꾸던 시절부터 칸 영화제의 수상작을 찾아보며 공부하고 꿈을 키웠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저 상을 받겠다’는 것을 감히 목표로 한 적은 없어요. 그저 동경하고 자극을 받은 것뿐이었죠. 2003년 이후 팀이 아닌 개인에게 주는 상으로 바뀌었는데, 주로 촬영 부문이 수상하고 미술감독이 단독으로 받은 적은 없어요. 그래서 제가 그 상을 받았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2016년 7월, Design+ 인터뷰 中


영화 <아가씨> 벽지 테스트 컷,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영화 <아가씨> 촬영 현장,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암살>, 2015
- 2015년 제2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미술상
- 2015년 제3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기술상
- 2015년 제24회 부일영화상, 미술상


영화 <암살> 장면,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암살>은 1932년 실제 일어난 조선 총독 우가키 가즈시게 암살 작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친일파 암살 작전을 그린 영화로 독립운동사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김원봉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죠. <암살>은 당시 한국 영화 사상 큰 규모의 세트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1930년대 경성의 거리와 치열한 전투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했다는 점인데요. 거대한 스케일 속에서도 섬세한 감각과 강렬한 액션이 더해지며 몰입감을 높였죠.


영화 <암살>의 백화점 장면은 코우즈키의 저택을 짓는 것만큼 어려웠어요. 우리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일제 시대가 배경인 데다 자료도 많이 남아 있지 않은 백화점을 세워야 했죠. 일제 시대, 식민지 정책, 제국주의, 자본주의에 대해 공부하고 백화점이 모던 지식인이 다니던 곳이라는 정보까지 수집되자 당시 백화점은 조선인에게는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저항할 수 없게 만드는 고도의 식민지 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너무 매혹적인 악의 현신 그 자체였던 거죠. 매년 작품을 하면서 이처럼 계속 공부하고 상상해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비결이라면, 돈을 받으며 공부하는 기분이랄까? 너무 식상하고 모범적인 답안일 수 있지만 그 방법뿐이에요.
2016년 7월, Design+ 인터뷰 中


영화 <암살> 장면,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박쥐>, 2009


©영화 <박쥐> 스틸컷.


<박쥐>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의 정체성 혼란과 친구의 아내를 탐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2009년 제62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상을 받았죠. 극 중 실내 장면이 많은데요. 류성희 감독은 특히 ‘행복한복집’ 촬영이 가장 까다로웠다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시나리오에서 느껴지는 오페라틱한 분위기에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Q. <박쥐>의 전반적인 미술적인 컨셉은 무엇이었나. 

A. 박 감독님은 ‘이건 이런 영화야’라고 얘기하는 분이 아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내가 많이 물어봤다. 외국 소설에서 뱀파이어는 이성 중심주의에 반대해서 생긴 것인데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상현은 또 이런 요소에 반대인 존재더라. 피로 연명한다는 점에서 뱀파이어인데, 캐릭터에서 나타나는 상현의 태도는 굉장히 실용적이잖나. 그는 나름대로 논리를 막 세워서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사실 소재만 뱀파이어지 영화 전체를 읽었을 때의 느낌은 완전히 반대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많이 여쭤봤다. 흔히 뱀파이어적인 것으로 분류되는 고딕적인 요소, 그러니까 로맨티시즘이나 그로테스크함이나 이런 것과는 반대로 가고 싶어 하시더라. 그것과 모든 것에서 반대되는 공간이 행복한복집이다. 감독님에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오순도순 셋이 잘 사는 우리 집에 들어와서… 너는 병균이야”라는 대사가 키워드라고 말했다. (중략) 감독님 생각으로는 이 전체의 융합 전체가 모든 문화적인 것의 충돌이고 복잡하게 섞여 있는 느낌이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병균이라는 뉘앙스처럼 살인이 도모되고 하니까 병균의 온상, 세균의 온상이라 벽지나 침대보에서 수초나 저수지처럼 살인과 관련된 이미지를 계속 상기할 수 있도록 하고. 라 여사의 방도 곰팡이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병균의 온상이고 이질적인 모든 것의 융합으로 보이게 했다. 
2009년 5월, 씨네21 인터뷰 中


©영화 <박쥐> 스틸컷.

©영화 <박쥐> 스틸컷.

©영화 <박쥐> 속 라 여사의 방.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2006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스틸컷.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스틸컷.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는 영군과 그녀를 좋아하는 일순의 이야기입니다. 작중 신세계 정신병원은 기존의 밀폐된 병동과 달리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표현되는데요. 이를 위한 세트는 부산 수영만 요트 경기장 내 스튜디오에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입원실, 병원 복도, 전기 치료실, 화장실 등 주요 공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층을 통으로 구성했죠. 또한, 병원 하면 떠오르는 화이트 컬러 대신 파스텔 톤과 독특한 패턴을 활용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신비롭고 동화적인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스틸컷.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스틸컷.


여기서 류성희 미술 감독은 주인공들에게 가장 행복한 놀이이자 휴식의 공간인 휴게실 세트에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다양한 소품을 제작·개조해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으며, 병원 밖 식물원과 야외치료실은 부산 인근에서 촬영했죠. 특히, 야외치료실은 원래 새장이었던 장소를 개조해 탁 트인 개방감을 강조했습니다.

<살인의 추억>, 2003


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는 국제 영화제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03년은 한국 영화사에서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죠.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연이어 개봉하며 해외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이 두 작품은 K-무비 르네상스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이 두 작품의 미술을 책임진 인물은 바로 류성희였습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컷.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준비하며, 류성희에게 ”80년대의 공기를 담아달라”고 주문했습니다. 특히 ‘우물 같은 느낌’을 강조하며 영화 속 공간을 더욱 밀도 있고 사실적으로 구현해 달라고 요청했죠.


Q. 류 감독하면 주로 박찬욱 감독과의 협업인 탐미적이고 강렬한 미장센이 떠오르는데, 필모그라피를 보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마더’처럼 매우 현실적으로 남루한 미장센들도 만들어낸 것이 놀랍다.

A. ‘살인의 추억’을 할 때 무척 재미있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나도 남들처럼 할리우드에서 성공하는 게 꿈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인디 서부영화를 찍게 됐는데, 사막에서 서부 세트를 열심히 짓다가 갑자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저 사람들의 문화와 배경을 연구하고 따르는 것밖에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남들이) 안 해본 것을 하는 데 내 시간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살인의 추억’의 정교한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이것이 가진 어떤 지역성, 국소적인 특성, 이런 것들이 결국은 세계적인 것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오히려 한국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왔기 때문에 그게 보였던 것 같다. 내 개인적인 원칙이 ‘디테일이 곧 전부다’인데, 아주 작은 디테일도 잘 선택된 정교한 디테일은 또 다른 세계를 열게 된다. 그런 디테일을 한국의 지역성에 적용하면 촌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미국 영화 등에서 전혀 본 적 없는 참신한 것, 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2023년 6월, 중앙일보 인터뷰 中


©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컷.


그 대표적인 사례가 취조실입니다. 봉 감독은 가능하면 실제 경찰서에서 촬영하길 원했지만 류성희 미술 감독은 세트 제작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전국의 경찰서를 다 돌아봐도 후지고 밋밋한 공간뿐이었다. 그 안에서 원하는 액션과 동선을 잡기 어려웠다”고 말했죠. 결국 세트가 제작되었고, 이 선택은 영화의 정서와 분위기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살인의 추억> 속 공간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죠.


<올드보이>, 2003


©영화 <올드보이> 스틸컷.


<올드보이>는 이유도 모른 채 감금된 남자가 그 진실을 쫓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자 복수극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서 공간은 곧 이야기의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특히 이우진의 펜트하우스는 시간이 지나 다시 봐도 세련미가 돋보이죠. 이는 이우진의 황량한 내면을 공간적으로 형상화한 결과입니다. 류성희 미술 감독은 ‘높은 천장과 수직 기둥, 미니멀한 철제 소품, 삭막한 수로를 통해 아무도 살 것 같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박찬욱 감독 역시 ‘엄청난 부에 비해 텅 빈 이우진의 내면을 공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죠. 특히 펜트하우스의 중심이 되는 ‘수로’는 류성희 감독의 아이디어로, 박찬욱 감독은 독창적인 설정에 매료되어 콘티까지 수정했다고 합니다.


©영화 <올드보이> 스틸컷.


©영화 <올드보이> 스틸컷.


©영화 <올드보이> 스틸컷.


이 같은 공간 설계는 오대수의 감금 방에도 적용됩니다. 15년 동안 갇혀 있던 그의 방을 뒤덮은 기하학적 패턴의 벽지는 폭력성을 드러내면서도 억눌린 캐릭터성을 강조하는 디자인이었죠. 미도의 옷부터 우진의 펜트하우스까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패턴은 시나리오 속 ‘미니멀한 공간에서 익숙한 패턴이 보인다’는 문장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인데요. 이는 오대수가 자유의지를 가진 인물이 아니었고, 모든 것이 철저히 우진의 설계안에서 움직이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장치였습니다.


디테일이 쌓아 올린 서사의 깊이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지금까지 류성희 미술 감독의 작업을 살펴봤습니다. 그녀의 작품 속에는 하나의 시그니처가 흐릅니다. 바로 패턴을 활용한 벽지인데요. 이를테면 <헤어질 결심>에서는 주인공의 음성을 파동 형태로 형상화해 이야기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만들며 색감과 패턴으로 감정의 미묘한 결을 표현했습니다. <아가씨>에서는 1930년대의 시대성과 코우스키의 욕망을 암시하는 장치로, <박쥐>에서는 빽빽한 패턴으로 태주의 권태를 시각화하며 공간 자체를 하나의 감정으로 직조해 냈죠. 이처럼 성희 감독의 손길이 닿은 미장센은 인물의 심리를 담아내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됩니다.


Q. <작은 아씨들>부터 <헤어질 결심> <아가씨> <박쥐> <올드보이>까지 감독님의 벽지는 특별하다. 윌리엄 모리스가 떠오르는 정교하고 화려한 벽지들이다. 박찬욱 감독님 인터뷰할 때 들었는데, 벽지를 직접 디자인한다고.

A. 박찬욱 감독님이 제일 좋아한 건 <박쥐>의 ‘라 여사’(김해숙) 집 벽지였다. ‘태주’(김옥빈)가 ‘상현’(송강호)에게 “너는 병균이야”라고 이야기하듯 병균은 이 영화의 중요한 키워드다. 그리고 남편 ‘강우’(신하균)를 물에 빠뜨려 죽이는 데서 물이끼를 떠올렸다. 호수 안의 물이끼는 병균을 모티브로 아름답게 디자인했다. <아가씨>의 벽지는 윌리엄 모리스 풍의 화려함이 있지만 들여다보면 여성의 성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야하다. <올드보이>는 좀 다른데, ‘대수’(최민식)의 거칠고 뜨거운 감정의 표현 그 자체였다. ‘우진’(유지태)이 설계한 지도 속 공간들에 벽지가 등장하는데,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색깔도 강해지고 패턴도 세진다.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감정의 표현 그 자체다. 벽지 작업은 영화의 표현을 가장 작은 단위에서부터 담아내는 재미있는 작업이다.
2022년 11월, 코스모폴리탄 인터뷰 中


영화 <외계+인> 세트장 구석 천정 벽화와 단청, ©류성희 감독 인스타그램(@podo_________).


류성희 감독은 <외계+인>, <국제시장>, <고지전>, <괴물>, <마더> 등 폭넓은 작품 속에서 감정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공간을 구축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뮤직비디오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또 다른 실험을 이어가고 있죠. 지난해 5월 공개된 BTS RM의 ‘Come Back To Me’에서는 독특한 패턴과 푸른색, 그리고 각기 다른 ‘나’를 상징하는 무대 세트를 통해 그녀의 미감을 압축적으로 담아냈습니다.


©HYBE LABELS.


Q. 감독님이 생각하는 좋은 영화 미술은 어떤 건가?

A. 영화의 세계와 적합하게 맞는 미술. 같은 시대극이어도 <아가씨>의 미술이 <암살>이거나, <암살>의 미술이 <아가씨>면 이상하겠지? (웃음) 디자인의 아름다움과 완성도보다는 이야기가 지향하는 것과 함께 가는 게 중요하다. 벽의 색깔, 패브릭의 종류, 수백 가지 선택에 대한 기준은 이 영화에 맞는가, 아닌가다. 기자님과 박찬욱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니, 감독님이 “디테일에 모든 것이 있다”고 하셨더라. 작업하시면서도 종종 하는 말씀이다. 전체 미술에서 딱 한 소품만 집어 들어도 그 소품에 영화가 담겨 있어야 한다. 배우의 디테일한 손동작 하나도 영화다워야 하듯이. 하나의 순간이 모여 전체를 이루니까.
2022년 11월, 코스모폴리탄 인터뷰 中


때로는 공간이 인물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보이지 않는 감정을 대변하며 하나의 언어처럼 작동하죠. 류성희 감독이 설계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더 깊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녀가 만들어낸 공간을 따라가며 시각적 언어로 감정의 결을 읽고, 서사를 느끼게 되죠. 다음에는 또 어떤 공간이 새로운 이야기를 품게 될까요? 그녀의 손길이 그려낼 세계를 기대하며, 오늘의 레터를 마칩니다.



오늘의 뉴스레터 내용 요약 💌

1. 류성희는 2000년대 한국에서 '프로덕션 디자이너' 개념을 정착시킨 인물입니다.

2. 류성희는 홍익대학교에서 도예를 전공 후, 영화 미술에 뛰어들어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작품들에 참여했습니다.

3.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류성희는 시대적 디테일을 재현하며 배경 연출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4. <마스크걸>에서 류성희는 마스크를 주인공의 욕망을 상징하는 요소로 제안했습니다.

5. <작은 아씨들>은 류성희가 처음 도전한 드라마로, 한국적이면서 환상적인 공간을 표현했습니다.

6. <헤어질 결심>에서 류성희는 푸른 색감을 통해 두 인물 간의 미묘한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7. 류성희는 영화 <아가씨>로 수려한 미장센을 보여주어 칸 영화제에서 수상했습니다.

8. <암살>에서 류성희는 식민지 시대 백화점의 압도적인 느낌을 재현했습니다.

9. <박쥐>에서 류성희는 감독의 요청에 따라 융합된 문화적 충돌을 표현했습니다.

10.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류성희는 신비롭고 동화적인 분위기의 병원을 연출했습니다.

11.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에서 80년대 공기를 묘사해 달라고 류성희에게 요청했습니다.

12. <올드보이>의 벽지와 공간은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로, 류성희는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했습니다.

13. 류성희의 시그니처는 벽지 속 패턴으로, 감정을 직조하는 독특한 미장센을 만듭니다.

14. 류성희는 폭넓은 작업을 이어가며 최근에는 BTS RM의 뮤직비디오에서도 독특한 미감을 보여주었습니다.

15. 류성희의 공간은 보이지 않는 감정을 대변하며 하나의 언어처럼 작동합니다. 이야기 속으로의 몰입을 도와줍니다.


Editor. Jang Haeyeong
섬네일 출처: 영화 <아가씨>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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